<사설>한심한 거액도박관광 풍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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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일부 부유층들이 외국에 나가 거액의 도박관광을 벌인 사실이 최근 잇따라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며칠전 서울 유명학원 원장이 일본에서 골프여행을 하다 내기바둑으로 하룻밤에 46억원을 잃었다고 하더니 이번에는 필리핀으로 관광갔던 기업인과 연예인 등이 도박때문에 진 빚을 갚기 위해 1백50억원을 밀반출했다고 한다.얼마전에는 골프관광객들을 동남아시아의 외딴 섬으로 데려가 낮에는 골프를 치게 하고 밤에는 도박과 여자로 지갑을 터는 사건도 있었다.

도박현상이 우리사회의 병폐로 지적된 것은 어제 오늘이 아니지만 최근 적발된 일련의 사건들은 일부계층의 심각한 사회일탈현상을 보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필리핀에만도 우리나라 관광객들을 상대로 내국인이 운영하는 카지노가 6개가 되며,이번에 적발된 도박관광은 그중 한 곳에서 벌어진 것의 일부라고 하니 도박관광이 얼마나 성행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홍콩이나 마카오.라스베이거스 등을 찾는 더 큰 도박관광객들도 적지 않아 연간 해외도박장에 뿌리는 돈이 수천억원에 이른다는 추산이 허황된 것은 아닐 것이다.

과연 이래도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일부 부유층이라고는 하나 불법으로 외화를 빼돌려 하룻밤에 수억원을 탕진하는 행위는 나라의 경제를 좀먹기도 하지만 사회전체에 미칠 악영향이 더욱 크다는데 심각성이 있다.지금이 어느 때인가.정치와 경제가 제자리를 찾지 못해 혼란에 빠져 있는데,있는 사람들은 헛된 곳에 돈 쓰기 바쁘다면 이 사회는 어떻게 되겠는가.갈수록 느는 실업자와'고개숙인'아버지를 생각해 보았는가.각성해야 한다.

관계당국은 이같은 망국병을 철저히 단속해야 할 것이다.해외여행자들의 과도한 씀씀이는 물론,이번 사건에서 드러난'환치기'처럼 지능화된 외화의 불법유출경로를 꾸준히 감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특히 관광객들을 유혹해 도박자금을 빌려주고 갚지 못하면 감금까지 하는 도박관광'국제삐끼'조직이 판을 치고 있는데 대한 특별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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