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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채권 투자, 막차 잡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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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고금리 회사채와 금융채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채권투자의 고수로 알려진 동양종금증권 김병철 상무가 요즘 고객들에게 하는 말이다. 그는 1989년 이후 20년간 채권시장이 급등락할 때마다 항상 좋은 실적을 거뒀다. 그가 고객들에게 권하는 것은 신용등급 A 이상의 우량 금융채와 회사채. 정부가 발행해 부실 위험이 없는 국고채는 이미 가격이 오를 만큼 올라 더 이상 투자가치가 없지만, 금융채와 회사채는 아직 괜찮다는 것이다.

우량 회사채와 금융채 투자를 권유하는 이는 김 상무뿐이 아니다. 서철수 대우증권 채권 애널리스트도 요즘 우량 회사채 투자를 고객들에게 권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금융채와 회사채 가격 상승을 전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나치게 벌어진 국고채와의 가격(수익률) 격차다. 지난해 9월 15일 미국의 리먼브러더스 파산 신청으로 인해 세계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에 돈을 묻어두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반면 도산 위험이 있는 회사채와 금융채 등은 투자자들에게서 외면당했다. 그 바람에 국고채와 회사채·금융채 간의 금리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채권 사이에 금리 차이가 확대된 것은 가격 격차가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금리가 올랐다는 것은 채권 가치가 떨어졌고, 금리가 내리면 채권 값이 오른 것을 뜻한다. 지난해 8월 1일 국고채와 회사채(A0등급)의 수익률 차이는 1.45%포인트에 불과했다. 리먼브러더스 도산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9월 12일만 해도 수익률 차이는 1.75%포인트였다. 그러나 리먼 사태 이후 두 채권 간의 수익률 차이는 크게 벌여져 1월 5일 현재 4.88%포인트를 기록했다. <그래프 참조>

5일 현재 국고채 3년물의 수익률이 3.66%이므로, 국고채 가격이 회사채 가격보다 133%나 비싼 셈이다.

동양종금증권 김 상무는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항상 안전한 국고채로 수요가 몰려 가격이 급등했고, 반대로 회사채와 금융채는 가격이 폭락했다”며 “그러나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으면서 채권 간의 금리 차이가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고 지적했다. 즉 지금 국고채에 비해 가격이 뚝 떨어진 회사채와 금융채의 값이 기산이 지나면 회복할 것이란 말이다.

이미 채권시장에서는 신용등급이 우수한 금융채와 회사채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6일 채권시장에서는 무보증 AA- 회사채 수익률이 0.05%포인트 하락한 7.46%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AA- 채권 가격이 상승한 것을 의미한다. 또 국민은행은 5일 은행채(AAA등급)를 수익률 4.85% 조건으로 발행했다. 지난해 12월 15일 발행한 같은 조건의 채권보다 수익률이 1.35%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이를 채권 가치로 계산하면 채 한 달도 안 돼 21.7% 오른 셈이다.

대우증권 서 애널리스트는 “신용등급 A 이상의 우량 채권들은 부실 위험이 낮은 편”이라며 “금융시장이 안정돼 예전처럼 기업으로 자금이 잘 흘러가면 우량 채권 발행은 급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들이 채권 발행 없이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양종금증권 김 상무도 “시간이 갈수록 우량 회사채와 금융채의 발행 조건은 개인 투자자에게 불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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