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미디어, 융합 넘어‘적과의 동침’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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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일본의 언론들은 신문·방송·인터넷 등 각종 미디어의 융합시대를 맞아 제휴 폭을 넓히고 있다. 매체 간 영역 구분이 매우 약해지면서 신문·방송, 신문·신문, 방송·방송 간에 콘텐트·취재·배달 등 각 분야에서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 미디어산업 발전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경을 뛰어넘고, 심지어 ‘적과의 동침’도 불사하는 시대에 돌입했다.

◆일본=독립된 자회사 형태로 지상파 방송 ‘TV도쿄’를 경영하고 있는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뉴스 시장의 경쟁자인 NHK와 미국의 CNBC 등과 제휴한다. 니혼게이자이는 3일 사고(社告)를 통해 이런 내용의 뉴스 보도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니혼게이자이는 4월부터 일본의 공영방송인 NHK의 자회사인 ‘일본국제방송’을 통해 일본과 아시아 각지의 뉴스를 영문으로 제공한다. 니혼게이자이는 “세계 불황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과 아시아의 정보를 정확하고 풍부하게 전 세계에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영문 뉴스는 미 NBC 방송의 경제전문 채널인 CNBC를 통해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의 약 640만 가구에서도 시청할 수 있다.

종이 매체의 융합은 인터넷에서도 더욱 강화된다. 니혼게이자이는 인터넷을 통해 영문으로 뉴스를 전달하는 기존 ‘닛케이 네트 인터랙티브’를 전면 쇄신한 ‘NIKKEI.com’을 3월 출범시킨다. 여기에는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물론 닛케이베리타스·닛케이산업신문 등 니혼게이자이 그룹이 발행하는 종이 매체의 뉴스가 대거 공급된다.

 ◆미국=경영난에 빠진 미국 언론업체들이 적자를 덜기 위해 경쟁사들과 손잡기 시작했다. 인터넷 매체의 등장에다 광고 격감으로 재정상태가 나빠진 미국의 신문·방송사들이 취재·배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사들과의 협력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AP통신이 4일 전했다.

텍사스주 남부에서 발행되는 댈러스 모닝 뉴스와 워스 스타 텔레그램은 오랜 경쟁관계였지만, 지난해 11월부터 사진과 음악회 리뷰기사를 공유하고 있다. 또 워싱턴에서 발행되는 워싱턴 포스트와 볼티모어에서 나오는 선은 지난해 12월부터 두 도시 중간 지역의 뉴스를 함께 취재해 보도하고 있다.

이 밖에 플로리다주 남부의 3개 신문사, 메인주 내 5개 사, 오하이오주 내 8개 사 등이 느슨한 형태의 취재 협력 관계를 형성했다. 이들은 주도(州都)에 설치한 사무실과 해외취재망 등도 통합운영할 계획이다. 이런 추세는 방송 쪽도 마찬가지여서 폭스TV와 NBC도 조만간 영상자료 공유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이 같은 협력관계가 가능해진 건 경쟁에 대한 신문·방송사들의 인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기존 독자와 시청자·광고주들을 인터넷 매체에 빼앗기면서 같은 신문·방송사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보다는 서로 협력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언론사 간 공동취재가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지 않을뿐더러 경쟁 약화로 기사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뉴욕·도쿄=남정호·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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