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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실직자 돕기 민간운동 정부·정치권도 움직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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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해넘이 파견마을’의 실직자를 위해 자원봉사자들이 국수를 준비하고 있다. [지지통신]

 5일 오전 일본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가스미가세키(霞ヶ関)의 후생노동성 강당. 연말연시에 갈 곳 없는 실직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민간단체들이 마련한 ‘해넘이 파견마을’의 마지막 날 설명회가 열렸다.

촌장을 맡고 있는 유아사 마코토(湯淺誠) 반 빈곤 네트워크 사무국장은 “파견마을은 올해 여러분들이 일자리를 얻고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당에 모인 300여 명의 실직자가 일제히 박수로 화답했다. 일본 전국노조총연합(전노련)·노동변호단·자유법조단·반 빈곤 네트워크 산하 20여 개 비정부기구(NPO) 단체는 설 연휴인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엿새 동안 히비야(日比谷) 공원에서 실직자들에게 숙식을 제공했다. 그런데 계획했던 200명의 두 배 이상인 499명이 찾아왔다. 그래서 후생노동성의 도움으로 강당까지 빌려야 했다. 텐트와 식자재 등 모든 물품은 시민들의 모금과 물품 기증으로 채워졌다. 모금액은 2315만 엔(약 3억3000만원). 자원봉사자만 1700명에 달했다.

◆정부 움직인 민간 파워=도쿄의 실직자들이 히비야 공원으로 대거 몰려들자 후생노동성은 2일부터 관청업무가 시작하는 5일까지 산하 강당을 임시 거처로 제공했다. 일 정부는 또 도쿄도의 도움을 받아 주오(中央)구 구민시설 등 4개 장소를 12일까지 임시거처로 제공하기로 했다. 정부의 공공 구직센터인 할로워크도 4개 시설에 출장소를 설치해 실직자들의 구직활동을 지원키로 했다.

정치권도 지원에 나섰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새해에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지원 의사를 밝혔다. 간 나오토(菅直人) 민주당 대표대행과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공산당 위원장 등 야당 관계자들은 4일 파견마을 집회에 참석했다. 간 대표대행은 “파견마을 활동은 일본의 고용·노동운동의 흐름을 바꾸는 전기가 됐다”며 “야당이 단결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고용보장 긴급입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후생노동상은 5일 기자회견에서 “일용직 파견을 금지하는 고용안정책을 마련하고 싶다”며 국회에 계류 중인 노동자파견법 개정안을 보다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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