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덕아웃에도 세대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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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그라운드에도 세대차이가 존재한다.

특히 프로야구는 다른 종목에 비해 선수생활을 오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또는 다른 종목에 비해 많은 코치가 필요하다는 면에서 많은 세대가 한 덕아웃에서 북적거리게 마련이다.

지난 1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전을 앞두고 어색한듯 불펜피칭을 하던 김용수(LG)는 갑자기 덕아웃에 들어가더니 잠시후 멋쩍은 미소를 머금고 불펜으로 돌아왔다.

김은 이날 난생 처음으로 요즘 선수들이 즐겨 신는 반부츠형 야구화를 신었던것.화려한 디자인에다 발목부상까지 방지할 수 있어 많은 신세대 선수들이 즐겨 착용,부상도 방지하고 멋도 부린다.그러나 김은 코치의 권유로 신기는 했지만 어쩐

지 어색했고 공마저 위력이 떨어진 느낌이 들었다.

“역시 나는 짚신이라도 여지껏 신던게 최고야.”

김용수는 신발을 갈아신고 나서야 흡족한듯 훈련을 계속했다.

인터뷰때도 신세대들의 과감성은 돋보인다.때론 이같은 스타일이 고참선수들의 자존심을 건드리기도 하지만 상관없다는 식이다.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떠오른 LG 이병규는 지나치게 자신감 넘치는 인터뷰로 LG 코칭스태프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시즌 개막부터 아마시절과 다름없는 타격솜씨를 과시한 이는 인터뷰에서 다른 팀의 선배 투수들에게 말하듯“성의있게 던져달라”는 말을 했다.

이는 고참들이 생각하기엔“나 빈볼좀 맞고 싶은데요”와 같은 소리.

정삼흠코치가 이병규의 인터뷰가 있던 날 상대팀이던 해태를 찾아가 사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선배를 대하는 태도도 과거와는 다르다.예전엔 고참선수가 자신에게 필요없는 방망이를 들고와 후배가 아끼는 방망이와 바꿔가도 말 한마디 꺼내지

못했다.그러나 최근엔 오히려 온갖 애교를 떨며 선배의 방망이를 강탈하다시피 빼앗아가곤 한다.쌍방울 김기태는 박경완을 비롯한 후배들에게 10자루 가까운 방망이를 넘겨주기도 했다.

덕아웃의 세대차이.때로는 팀을 위기에 빠뜨리기도 하지만 잘만 다스리면 팀의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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