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 비자금 핵심증인 3명 증발 - 조직적인 은폐기도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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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국회 한보청문회가 종반을 향해 치닫는 가운데 한보의 '검은 돈'의 향방에 대해 키를 쥐고 있는 핵심 인물들이 잇따라 청문회 증언을 피하고 있어 조직적인 은폐기도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전주(錢主)'정태수(鄭泰守)총회장이 지난 15일 뇌졸중 증세로 입원한 가운데'운반책'임상래(林相來.46)상무,'중간연락책'인 재정담당 김대성(金大成.45)상무가 청문회에 불출석했고'실무책'인 경리담당 정분순(鄭粉順.여.29)씨마저 5월1일로 예정된 청문회에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한보그룹 돈흐름을 꿰뚫고 있는 증인들이 한결같이 청문회 출석을 기피하고 있는 것은 비자금을 둘러싼 청문회의 추적을 차단하려는 은폐기도로 풀이된다.

이들이 증언할 경우 생생한 현장감과 함께 폭발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특정세력이 증언을 못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특히 임상래.정분순씨등 논리적으로 방어능력이 떨어지는 증인들이 의원들의 질문에 자칫 실수할 경우 꺼져가는 청문회 불씨를 되살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빼돌렸다는 분석도 있다.

뇌경색으로 서울대병원에 1주일째 입원한 鄭총회장은'아''어'등 간단한 발음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실어증(失語症)증세로 입을 다물고 있다.

그러나 주치의등 의료진은 말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는 상태라며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말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이에대해 검찰은 5월2일로 예정된 청문회 재소환이나 혹시 있을지도 모를 거북한 사람들과의 대질신문을 자연스레 피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증언거부 1호를 기록한 임상래씨는 20년동안 鄭총회장의 운전기사로서 손발역할을 해 상무대우를 받아왔다.

鄭총회장의 신임이 두터워 94년9월 김우석(金佑錫)건설장관에게 현금 1억원이 든 사과상자를 전달했었다.

林씨는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후인 이달초 집을 나가 지방을 전전하고 있다는 것이 가족들의 설명이다.

김대성 상무는 그룹 재정본부 재정팀장으로 10년이상 재정 분야에만 근무하며 그룹의 자금 조달과 운용을 총괄하면서 비자금을 직접 조성,관리하는등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鄭총회장의 신임이 두터워 줄곧 '그림자 보좌'를 해왔으나 한보 부도 이틀후인 1월25일 싱가포르로 출국한뒤 종적이 묘연한 상태다.

이밖에 鄭총회장의 조카인 정분순씨는 87년 ㈜한보에 입사해 지난해 퇴사할 때까지 비자금의 관리를 도맡아 출납상황을 가장 정확히 알 수 있다는 점에서 검찰이 수사초기부터 찾고 있는 실정.

비자금 계좌와 도장.장부등을 직접 관리했다는 그녀는 지난 1월말 서울서초동 S아파트 자택을 나간뒤 종적을 감췄다. 〈김상우.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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