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소촌동 무등 인쇄부 이상경씨 - 불황 이기는 방법은 임금결정 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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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임금투쟁으로 불황을 이길 수 있겠습니까.노사 한 마음은 불황을 녹이는 용광로입니다.”

광주시광산구소촌동 소촌공단내 ㈜무등(사장 金國雄.56) 인쇄부 이상경(李相涇.38)씨는 임금협상철을 맞아“독특한 방식으로 임금을 결정하는 것이 불황을 이기는 비법”이라고 자랑한다.

㈜무등은 92년부터 6년째 전임직원이 참가해 1박2일간의'대토론회'를 벌여 임금인상률등을 결정해오고 있다.

회사측은 토론회에 앞서 두달전께부터 1백40여명에 달하는 임직원 모두에게 경영실적등 원하는 자료를 공개한다.근로자 개인별 임금자료등이 비치돼 언제든지 손쉽게 열람해볼 수 있다.

근로자들은 이 자료를 토대로 부서별로 임금인상안을 만들어 토론회에 대비한다.생산직부서인 압출부.인쇄부,사무직부서인 관리부등 3개 부서와 사장 개인이 토론회장에서 각각 임금인상안을 제출하고 나름대로 근거를 설명한다.사업계획 달성목표

가 제시되고 원가절감방안등 실천계획이 발표된다.

제출된 임금인상안 중에서 최고안과 최저안을 배제하고 중간의 2개 안을 가지고 전체토론을 벌인다.도중에 팀별로 자체회의를 갖고 별도의 안건을 제시하기도 한다.

올해 토론회는 지난달 29일 전남곡성군의 한 호텔에서 열렸다.임금인상액은 4만원.5만원등이 제시됐다.토론끝에 임금인상액은 4만원으로 결정됐으며 추가로 성과급 1백% 지급이 약속됐다.토론회를 통한 이 회사의 임금결정방식이 도입된 것

은 80년대말 노사대립이라는 한차례 홍역을 치르고 난 뒤.

당시 노조가 1백50여가지나 되는 요구조건을 내걸고 강경입장을 굽히지 않아 경영자가 한때 직장폐쇄를 검토하기도 했다는 것.

金사장은“노사가 서로 믿지 못하면 회사가 잘 될 수 없다고 판단,회사 사정을 정확히 알리고 근로자들 스스로 임금을 결정토록 했다”며“토론회 초기에는 엉뚱한 안이 돌출돼 애를 먹기도 했지만 노사가 각자 일한 만큼 벌어서 간다는 정신

으로 토론회가 정착됐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전자부품의 하나인 콘덴서 피복등에 쓰이는 열수축성 염화비닐튜브를 생산,지난해 매출액이 70억여원이었으며 일본.미국등 23개국에 생산량의 55%가량을 수출하고 있다. <광주=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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