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는 권위주의 씹기 천국 - 특유의 농담문화 날카롭게 사회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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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아랍 문화의 중심국가인 이집트의 서민사회에는 ‘눅타’(아랍어로 농담이라는 뜻)라는 이름의 반권위주의 유머가 전통적으로 발달해왔다.

권위주의·수탈·횡포는 권력자들이 보여줬던 파행의 삼박자.서민들은 여기에 시달릴 때마다 은밀한 유머로 이들을 비웃으며 스트레스를 해소해왔다.매일 아침이면 사람들이 모여 “오늘의 눅타는 뭐지”라고 서로 소곤거리는 것이 일과가 됐다.서방세계의 농담책에 등장하는 많은 반권위주의 농담중 상당수는 이집트의 눅타공장에서 만들어져 수출된 것이다.몇가지를 들어보자.

대통령이 경찰 책임자가 들고온 서류를 결재하려고 양복 왼쪽 안주머니에 꽂아뒀던 만년필을 찾았으나 없었다.“잃어버린 모양이구먼.30분후 다른 일로 오른쪽 안주머니를 뒤지다 만년필을 찾아낸 대통령 앞에 의기양양한 모습의 경찰 책임자가 나타났다.“각하 텔레비전을 보십시오.” 화면에선 10명의 ‘범인’들이 나와 “국가전복을 위해 조직을 결성하고 만년필을 훔쳤다”고 자백하고 있었다.

관리 아미르에게 시장 상인 무하마드가 청탁을 하러갔다.“내 친구 무하마드,나는 앞으로 손을 더럽히지 않겠다고 알라께 맹세했다네.그러니 봉투를 호주머니에 직접 넣어주게.”

13세기 이후 ‘주하’라는 이름의 바보가 눅타에 자주 등장해 사람들을 웃겼다.욕심쟁이 대신인 주하의 부인이 임신중 거리에서 한 병사와 싸운 후 집에 와 다시 주하와 싸우다 유산을 했다.주하는 보상금을 우려내려고 군주이자 교주인 칼리프에게 재판을 청했다.칼리프의 판결.“병사는 부인을 모셔다가 도로 임신상태를 만들어 보내 드려라.”

이집트 사회는 다른 아랍사회와 마찬가지로 낙관주의적 전통이 지배하고 있고 사람들도 소탈하다.그들은 심각한 사회상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이런 유머를 통해 해소한다.그러면서도 현실을 결코 무시하지 않는다. 유머는 날카로운 사회 비판력을 기르는 도구다.비록 그것이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힘은 못된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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