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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으로 점(占)집도 '꽁꽁'…그 진짜 이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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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금융위기가 한국 역술 시장도 강타하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점집’이 꽁꽁 언 모습이다. 온라인 점집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매년 11월은 대학입시철과 연말연시가 맞물리면서 운세를 점치는 사주카페, 인터넷 운세사이트, 역술원, 철학원 등은 고객들 발걸음으로 북새통이었다. 자녀가 어느 대학 어느 과에 지원하면 좋을지 ‘학업운’을 보는 부모들, 내년 봄에 결혼을 예상하고 ‘궁합점’을 보는 예비 부부들, 인사 이동 때 ‘승진운’이 있을까 초조해하는 임원들 등이 주 고객들이다. 그러나 “요즘은 전혀 다르다”는 것이 역술인들의 육성이다.

지난해 말 만난 박광렬 한국과학역리센터 회장은 “지난해보다 20~30% 손님이 줄었다”며 “지금이 완전히 바닥이라고 보면 된다, 지난 98년 IMF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백운산 한국역술인학회 회장은 “내 경우는 고정적인 손님이 많아 지난해와 비교해 별로 달라지지 않았지만 점집에도 ‘빈익빈 부익부’가 있어 영세 역술인들은 타격이 심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중앙일보 운세코너 ‘점&예언’ 조규문 대표도 “점 보러 가본 적이 있느냐”고 되물으며 “안와봤으면 말을 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정도로 고객 발길이 뚝 끊겼다는 얘기다.

[출처:중앙일보DB]

◆“아무리 어려워도 복채는 안 깎았는데”=역술 마니아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는 신촌 역술원가, 미아리 점(占)거리 등의 점집 3~4곳을 방문한 결과 체감 기온이 영하권이었다. 홍대 거리에 즐비했던 좌판 역술인들도 하나둘씩 자리를 접고 있는 형편이다. 홍대의 7년차 역술인 ‘미월’씨는 “작년 경기가 호황일 이맘때 손님이 10팀 안팎이었는데 최근엔 하루 2~3명이 오면 하루 일당을 손에 쥐는 것”이라며 “예전엔 ‘복 달아난다’며 1만원인 복채를 깍지 않았는데 요즘엔 1000~2000원이라도 남겨달라고 한다”고 전했다. 신촌에서 사주카페를 운영하는 장준오(39)씨는 “차라리 카페를 접고 거리에 나가고 싶은 심정”이라며 “차 값도 아까워 그런지 아예 손님이 들어오질 않는다, 꼭 보고싶은 사람들은 길거리 천막에서 5000원짜리 저렴한 운세를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점집에 불어닥친 한파는 오프라인 뿐 아니다. ‘코리아클릭’ 운세 카테고리 사이트 중 방문자 1위인 ‘신비운’ 정진욱 대표는 “지난해 매출의 90% 밖에 수익이 안될 것 같다”며 “고객들이 지갑을 안 열어도 너무 안연다”고 한숨을 쉬었다. 랭키닷컴 ‘운세ㆍ사주ㆍ궁합’사이트 분석에 따르면 방문자 수가 10월에서 11월 사이 평균 30% 증가하지만 올해엔 4%에 그쳤다. 지난 2007년 10월 68만2000여명에서 11월 87만8000여명이었지만 올해는 10월 81만8000여명에서 11월 85만여명에 그쳤다.

◆왜 안갈까?=극심한 경제 불황 속에서 점집 역시 불황인 이유는 단순히 복채 때문만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조규문 대표는 그 이유를 “불안의 이유가 나에게 있지 않고 사회에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조 대표는 “고정 고객의 경우 어느 정도의 지불 능력이 따르기 때문에 비용을 크게 따지지 않는다”고 전제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황이 어려울 때 점을 보러 간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착각이다, 경기가 좋을 때 남들은 다 잘되는데 왜 나는 안될까 라는 생각에 점을 보러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불안심리의 원인이 ‘내’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광렬 회장은 1998년 외환위기때와 비교하며 이유를 설명했다. 박 회장은 “차라리 IMF땐 처음 맞는 두려움이 있어 어떻게 든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점을 봤고 또 국제적인 타격이 없었기 때문에 수출과 관련된 직종의 사람들이 많이 찾았다”며 “그러나 이번엔 ‘뭘 해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장사'가 안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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