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천사 10층 석탑 뜯어봤더니…1960년 복원 때 조각면 뒤바뀌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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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제86호 경천사 10층 석탑이 보수작업을 위해 해체된 지 10년만에 다시 조립된다. 국립문화재연구소 김용한 보존과학실장은 1일 "이달부터 가조립 등 복원 작업을 벌여 오는 10월 용산 새박물관으로 옮겨 전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기간의 보수작업을 통해 석탑이 훼손되기 전의 모습과 조성과정 등을 말해주는 새로운 사실들이 상당수 밝혀졌다. 보기드문 10층 대리석탑으로 학계에서 흔히 '이형탑'(異形塔)으로 불리는 경천사 석탑의 비밀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비운의 탑'에서 새 중앙박물관의 '스타'로=고려 충목왕 때인 1348년 오늘날 북한 지역인 경기도 개풍군에 건립된 경천사 석탑은 20세기 들어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실제로 지난 100년간 경천사 석탑이 제대로 모양을 갖추고 있었던 시기는 40여년에 불과하다.

일제 통감부 시절인 1907년 일본 궁내대신 다나카 미쓰야키(田中光顯)는 석탑을 무단 해체해 도쿄의 자기 집으로 옮기는 만행을 저질렀다. 당시 국내 언론은 물론 미국 언론까지 들고 나서 문제를 제기했지만 정작 국내로 다시 반환된 것은 1918년께였다.

국내로 돌아온 뒤에도 40여년간을 경복궁 회랑에 해체된 채로 보관되다 60년 비로소 복원돼 경복궁 내에 전시됐다. 그러나 이후 시멘트로 복원한 부분이 떨어져 나가고 산성비와 새똥에 오염돼 95년에 다시 해체됐다.

김 실장은 "당시 곳곳이 깨지고 마모된 석탑은 마치 응급실에 온 중환자를 연상케 했다"며 "10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새 박물관의 '특별석'으로 모신다고 생각하니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원형(原形)을 찾아라=경천사 석탑은 세월이 흐르면서 원형이 상당부분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최상륜부에 올려진 보탑형(寶塔形.모임지붕형) 부재는 원형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정교하게 제작된 석탑의 다른 부분과 어울리지 않게 이 부재는 표현방식이나 주물상태가 매우 조악하다. 또 한자와 한글이 섞인 낙서가 곳곳에 보이는 것으로 미뤄 후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신은정 연구원은 "경천사 석탑을 원형으로 삼은 원각사 석탑처럼 당초 상륜부는 '십(十)자 지붕'형태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60년 복원 과정에서 2, 3층 탑신의 조각면들의 위치가 3~4개씩 뒤바뀌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결정적인 단서는 석탑 조성 당시 각 석재의 아래위에 새겨놓은 방위표시였다.

김사덕 석조보존팀장은 "당시 훼손된 석재가 워낙 많아 우선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조립하다 보니 원상태와 달라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특한 사면돌출형(亞자형) 구조로 만든 탑신의 조성방식도 밝혀졌다. 층당 8개의 석재를 조립해 모두 20면의 외부면을 만들어냈으며 석재 사이는 나비 모양의 고리로 단단히 고정시켰다.

문화재연구소는 향후 해체보수과정에서 얻은 실측자료와 탁본 등을 토대로 종합 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대전=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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