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사, 세계화 숨은 주역 - 대학생 직업선호도 1위 여성들 활약 두드러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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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세계를 무대로 국가원수를 비롯한 특급'뉴스메이커'들과 역사적인 현장을 함께 하는 통역사.국제화시대의 드러나지 않은 주역이다.그들중 주로 국제회의에서 활약하는 통역사들이 제97차 국제의회연맹(IPU)총회를 계기로 서울에 모였다.

냉전종식과 세계무역기구(WTO)출범에 따라 본격적인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통역사는 선망의 직업으로 부상하고 있다.지난해 취업정보기관 ㈜인턴이 대학생 1천명에게 실시한 직업선호도 조사에서 통역사가 13.5%로 변호사와 공인회계사를 누

르고 최고를 기록했을 정도.동시에 통역사세계는 여성들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이번 IPU총회에 참석한 통역사 64명중 50명이 여성이고 우리나라 통역사 12명중 10명이 여성이다.

특히 IPU수석통역사인 클레르 톨레는 70세의 할머니.영어.독어.프랑스어.서반아어.아랍어등 5개국어에 능통한 그는 지난 47년부터 국제회의 통역에 나섰고 IPU수석통역사 경력만 올해로 38년째다.

수십년간 활동해온 세계 초일류 통역사들도 매일 2~3시간씩 뉴스를 접하면서 실력을 갈고 닦는다.또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신문.시사지의 해설들을 꾸준히 읽어야 될뿐 아니라 통역할 분야와 관련된 전공서적도 읽어야 한다.

최소한 2개 국어를 모국어처럼 능통하게 구사해야 하는 직업성격상

통역사중에는 부모가 외교관이나 외국주재원으로 어린시절부터 외국생활을

경험했던 사람이 많다.이번 IPU총회에서 영어통역을 맡은

이진영(李眞英)씨는 아웅산폭발테러로 숨진

이범석 전외무부장관의 셋째딸.

업무상 국가나 기업의 극비사항에 준하는 정보를 들을 수 있는 통역사들의

첫번째 직업윤리는 통역을 하면서 얻은 정보는 평생 비밀로 지킨다는

것.한국외국어대 통역대학원 최정화(崔楨禾)교수는“고위급회담이 끝나기가

무섭게 기자들이 모여들

곤 하지만 통역내용은 물론 회담지속시간도 절대 언급하지 않는 것이

철칙”이라고 말했다.

통역사가 지켜야 할 또다른 원칙은 통역해야 할 대상의 의견과 뉘앙스가

빠짐없이 전달되도록 자신의 생각은 철저히 배제하는 것이다.

94년부터 2년간 미국대사관 통역사로 한.미 양국간 통신협상,주세협상등

양국의 이권이 걸린 민감한 협상테이블에서 미국측 입장을 통역한

임종령(林鍾玲)씨는“협상이 불리하게 끝나면 일부 한국대표들이'미국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냐고 몰

아붙이곤 했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지영 기자〉

<사진설명>

IPU 서울총회에서 통역을 맡았던 국제회의 통역사 50여명이 11일 저녁 한

음식점에 모여'IPU 통역사의 밤'을 가졌다.맨 왼쪽이 클레르 톨레 IPU

수석통역사,오른쪽에서 두번째가 한국외국어대 최정화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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