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엉터리 채점 교육불신 가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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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학교 성적 매기는 것이 애들 장난하는 겁니까.도대체 학생들의 성적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는 학교를 어떻게 믿고 보낼 수 있겠습니까.”

서울과 광주소재 중학교들이 98학년도 고입에 대비,중3 학생들의 2학년때 시험지를 다시 채점하고 있다는 보도(본지 4월14일자 23면)가 나가자 많은 학부모들이 불신에 가득찬 항의의 목소리를 전해왔다.

서울서초구 S중 3학년 학부모는“올해는 내신으로만 고입 선발하는데 중학교의 성적평가가 이렇게 부실해서야 정확하게 합격.불합격자를 골라낼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교사들을 포함한 많은 교육계 인사들은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로 입시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정부는 이를 위해 대학수학능력시험과 연합고사 위주의 입시를 지양하고 학교성적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권장하고 있다.이에따라 많은 대학들이 97학년도 입시에서 학교생활기록부를 반영한데 이어 서울등 시교육청 4곳은 98학년도 고입에

서 연합고사를 완전 폐지하고 학생부로만 선발키로 했다.

아쉽게도 일선 학교는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지난해는 고교들이 대학에 제출한 학생부 전산자료에 오류가 많아 입시에 혼선을 빚더니 이번에는 중학교가 '재채점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고교들이 학생부 내용을 전산자료에 잘못 옮겨넣는 '단순 실수'였다면 중학교 재채점 파문은'채점을 아예 잘못했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성격이 다르다.더욱이 대부분 중학교는 재채점 사실을 쉬쉬하고 있다.이는 학부모와 학생의 불신만 더해줄 뿐이다.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해선 무엇보다 학교의 학생평가가 공정.정확하고 신뢰성이 높아야 한다.그래야 학교가 산다.정부도 이번 파문을 기회로 학교 성적관리의 공정성을 높이는데 관심을 기울어야 한다.

<오대영 교육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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