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외교 역량 몇 점이나 받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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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스라엘·하마스 간 무력 충돌로 촉발된 중동의 불안이 취임을 3주 앞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금융 위기에 버금가는 현안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하와이에서 휴가 중인 오바마는 “현재 미국 대통령은 한 명(부시)뿐”이라며 입을 다물고 있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한 오바마의 의중에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그러나 오바마는 대선 기간 중 이스라엘 지지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지난 7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지역인 스데롯을 방문한 자리에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의 로켓 공격에 맞서 자신을 방어할 자위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정권 인수팀이 홈페이지에 올린 ‘국정 어젠다’도 이스라엘 지지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스라엘 지지 배경=미국 인구의 2% 선인 600만 유대인을 대표하는 단체 ‘유대인 공공정책위원회(AIPAC)’는 대선 직후인 지난달 4일 “미국 유대인들의 78%가 오바마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또 오바마는 대선 기간 중 유대계로부터 막대한 자금 지원을 받았다. 오바마는 유대계의 표심을 얻기 위해 ‘후세인’이란 미들네임을 숨기는 대신 “내 이름 ‘버락’은 축복을 뜻하는 히브리어 ‘바루흐’에서 왔다”며 “나를 ‘바루흐 오바마’라 불러 달라”고 공언하고 다닐 정도였다. 또 대선에서 승리하자 람 이매뉴얼, 티머시 가이스너, 로런스 서머스 등 유대계 인물들을 백악관 비서실장·재무장관·국가경제위원장 등 최고 요직에 지명했다.

◆균형도 추구=오바마는 지난해 3월 “전 세계 어느 누구도 팔레스타인 민중만큼 고통받고 있지 않다”고 발언했다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AP통신 등 미 언론들은 “오바마는 다른 미국 정치인들에 비해 이스라엘의 강경 정책에 회의적 시각을 갖고 있으며, 팔레스타인에는 더 우호적인 편”이라고 분석했다.

오바마도 대선 기간 중 “집권하면 전향적으로 중동을 다루겠다”고 말해 왔다. 따라서 오바마는 취임 후 이스라엘 지지를 분명히 하면서도 팔레스타인의 신뢰를 사는 ‘균형적 접근’ 방식으로 중재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중동에서 이미지가 좋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 국무장관 내정자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의 오른팔 격인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 내정자도 28일 “상황에 따라 팔레스타인과도 적극적인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해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서울=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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