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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이- 이 황금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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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8강전>
○·이창호 9단 ●·이세돌 9단

제14보(132~146)=이세돌의 친형 이상훈은 유망한 신예 강자였으나 동갑내기 이창호에게 가로막힌 채 한계를 절감해야 했다. 그는 쓸쓸히 군에 입대하며 묘한 말을 남겼다. “나는 이창호를 이길 수 없다. 그러나 내 동생 세돌이는 다를 것이다.” 당시 이세돌은 아직 프로기사도 아닌 초등학생에 불과했다.

이상훈 6단은 지금 도장을 운영하며 사실상 2선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그의 족집게 예언대로 이세돌은 이창호를 따라잡고 쌍두마차 시대를 열더니 드디어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2009년에 이창호 9단은 만 34세, 이세돌 9단은 만 26세가 된다. 8년이란 시차 때문에 이세돌이 유리한 입장이지만 그렇더라도 이들의 대결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바둑사에 ‘이-이 시대’라 불릴 황금기가, 다시 보기 힘든 황금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흑▲로 가일수해 하변 백은 확실하게 잡혔다. 흑은 이곳을 잡는 데 세 수를 들였고, 백도 136까지 계산하면 딱 세 수를 들여 귀를 접수했다. 그러나 귀는 아직도 ‘참고도’ 흑1의 수단이 남아 있었고, 결국 140의 가일수가 필요했다. 지금 하변 흑 집은 27집 정도. 귀의 백집은 7집 정도. 차이는 20집으로 결국 전투 이전의 상태와 비슷해졌다. 상전벽해의 변화가 있었으나 형세는 부동이다. 비세의 이창호 9단은 드디어 144·146으로 파호해 최후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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