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파일>진실캐기 영화속 청문회 얼렁뚱땅 증언 용납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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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예상했던대로 한보사건 청문회는 문제의 핵심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어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뻔뻔한 태도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증언자들이 등장하는 비디오를 본다면 더 울화가 치밀지 모르나 다음 영화들은 예리한 신문으로 사건의 진실이 밝혀진다는 결말에 이르는 작품들이니 국회 특위위원들이 참고로 했으면 좋겠다.

가장 느물느물한 증인역을 했던 배우는 로브 라이너감독의'어 퓨 굿맨'(컬럼비아)에서 해군기지 사령관으로 분했던 잭 니컬슨이다.산전수전 다 겪은 사령관의 카리스마에 굴하지 않고 젊은 법무관은 정의감과 심리전을 방불케 하는 치밀한 신

문으로 사령관이 스스로 살인 사주를 인정케 하는 멋진 반전을 이끌어낸다.

에드워드 드미트릭감독의'케인호의 폭동'(우일) 역시 선상반란에 관한 군사재판을 통해 신문자와 증언자의 대결,위증.진실,밝혀진 진실로 인한 허탈감을 잘 표현하고 있다.하극상을 사주했던 인텔리는 결정적 순간에 친구를 배신하며 교묘히

빠져나가고,신문자의 다그침에 몰린 증언자(험프리 보가트)는 결국 자신의 정신분열증을 드러내며 진실을 폭로한다.

자신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증언을 하는 증인 앞에서 지루하다는듯 하품을 해대는 피의자가 있다면 그는 얼마나 배경이 든든한 것일까.브라이언 드 팔머감독의'언터처블'(CIC)에서 금주법 시대를 주름잡았던 알 카포네(로버트 드 니로)가 그런 방자한 태도를 보이며 법정을 시끄럽게 한다.법망을 빠져나가기 위해 암호로 표기된 거짓 장부를 만들어 세금을 포탈했던 그는 자신의 변호사를 머슴처럼 다룬다.화가 난 변호사는 재판관에게 카포네의 유죄를 인정해달라고 청원한다.물론 변호사의 배신보다 특별수사관의 정의감과 물샐 틈 없는 준비가 있었기에 가능한 정의의 승리였다.

참고로 청문회가 등장하는 영화로는 매카시 선풍을 배경으로 한'권력자 콘''프런트''비공개'가 있다. 옥선희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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