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세 납부 "카드는 사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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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울산시는 7월부터 삼성카드를 이용한 지방세 납부를 중단한다. 울산시는 지난해 2월 삼성카드와 계약하고 지방세를 카드로 수납해 왔다. 당시 울산시가 수수료를 내지 않는 조건이었으나 올 들어 삼성카드가 수수료를 요구함에 따라 계약을 해지했다.

울산시에서는 한때 7개 신용카드로 지방세를 납부할 수 있었지만 하나 둘 떨어져 나가 다음달부터는 LG카드 하나만 가능하다. 울산시 관계자는 "지난해 카드로 납부된 지방세가 100억원 규모"라며 "수수료를 낼 경우 2억원가량을 줘야 하기 때문에 징수비용이 과다하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신용카드를 이용한 지방세 납부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신용카드사와 지방자치단체가 수수료 제공 여부에 대해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LG.삼성.비씨카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카드사가 지방세 사업부문에서 철수했으며, 이들 3사도 잇따라 철수하고 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카드사가 자금 확보 차원에서 수수료를 받지 않고 지자체의 지방세 납부에 적극 참여했다. 카드사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 대신 지방세가 들어오는 7~10일간 자금을 운용해 수익을 내는 것으로 수수료 손실을 메워 왔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올 초 자금난을 겪으면서 더 이상 손해를 감수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지자체에 최저수수료 2%를 요구했다. 이에 지자체들이 "행정자치부 지침 등에 의거, 수수료를 내는 것은 조세 공정성에 어긋난다"며 거부해 카드를 이용한 지방세 납부가 잇따라 중단되고 있다.

부산시도 지난 1일 삼성카드를 이용한 지방세 납부를 중단했다. 부산시에서는 LG카드를 이용할 수 있지만 이마저 납세자가 이자를 내야 하는 할부 납부만 가능하다. 부산시 관계자는 "수수료는 낼 수 없다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라면서"고객 편의를 위해 일부 카드사와 일시불 신설, 할부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카드에 따르면 올 초 26개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수수료를 2%로 올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가운데 수수료를 내겠다고 밝힌 곳은 충청.전라도의 중소 도시 6곳에 불과하다. LG카드도 84곳의 지자체와 지방세 납부 계약을 하고 있지만 이자수익을 낼 수 있는 할부금융으로 상당수를 유도할 계획이다.

이들 카드사는 서울시에 대해서는 대금지급 기일을 7일에서 13일로 늘리는 선에서 수수료 없이 카드 납부를 하기로 했다. 지방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서울시와 계약을 해지할 경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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