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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과학고·자율고·국제고는 거주지 광역시·도에서만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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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학부모 조은아(41)씨는 중2 딸을 지방의 자립형 사립고(자사고)나 서울지역 외국어고에 보내고 싶어 한다. 조씨는 딸이 중학교에 들어갈 때부터 내신 관리에 신경 쓰고 특목고 학원에도 보냈다. 조씨는 29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자율형 사립고(자율고) 30개 신설을 포함한 2010학년도 고교 입시안을 듣고 당황했다. 내년부터 자사고·자율고·외고·국제고·과학고의 복수 지원이 금지되고 한 곳만 지원할 수 있도록 고교 진학 방법이 바뀌기 때문이다. 조씨는 “어떤 학교에 보내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4일 서울 화양동 건국대학교 새천년관에서 열린 특목고 입시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이 학원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중앙포토]


내년 3월 중3이 되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고교 선택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성삼제 학교제도기획과장은 “내년 5월 자율고 30곳이 지정되면 학교 선택 폭이 넓어진다”며 “특목고와 자사고 등 여러 곳에 지원하고 준비하느라 사교육에 의존하는 것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들은 “자사고나 특목고·자율고·국제고 중 한 곳만 응시하면 학교 선택권이 제한되는 것”이라며 “자율고의 추첨 선발 방식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학교 선택권 확대인가=교과부는 자율고 설립 계획을 발표하면서 특목고를 포함한 고교입시제도 변경안도 내놨다. 자율고 설립은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다. 무학년제 수업과 교육과정 운영이 자유롭다. 내년에 30개가 지정되고 2011년까지 100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전문계고(옛 실업계고) 중에서 마이스터고 9곳, 기숙형 고교 82곳도 지정돼 2010년 문을 연다.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학교 유형이 다양해지는 것이다. 특히 서울지역은 내년부터 일반계 고교도 희망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3단계 고교 선택제가 처음 시행된다.

하지만 학교 선택권이 논란이 되고 있다. 올해를 기준으로 할 때 중3 학생들은 9월 민족사관고나 전주 상산고 등 자사고, 11월에는 경기지역 외고, 12월에는 서울지역 외고에 차례로 지원할 수 있었다. 경기지역 외고는 지원자의 40%가 외고 진학을 준비해 온 서울지역 학생들이었다.

내년(2010학년도)에는 선택권이 사실상 제한된다. 외고는 물론 과학고·자율고·국제고는 거주지 광역시·도에 있는 학교만 지원해야 하고, 다른 지역에는 원서를 넣을 수도 없다. 내년 5월 지정되는 자율고를 포함해 외고·과학고·자율고·자사고·국제고 중 한 곳만 응시할 수 있는 것이다. 중앙대 강태중 교육학과 교수는 “자율고는 추첨 전형을 해 선발될 가능성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다른 학교와 중복 지원할 수 없게 한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자율고 운영=일반계 사립고 중에서 지정된다. 등록금은 일반고보다 높게 받을 수 있으나 자사고 수준(일반고의 3배)보다는 적어야 한다. 법인이 부담할 전입금은 학생 납입금의 3%(도 지역)~5%(광역시)로 책정돼 자사고 수준(25%)보다 낮다. 중동고 김병민 교감은 “5% 정도면 학교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율고는 비평준화 지역은 지필고사를 제외한 면접으로 학생을 뽑아야 한다. 평준화 지역의 입학전형 방법은 교육감이 정하도록 돼 있다. 교과부 성삼제 학교제도기획과장은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추첨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현재 비평준화 지역에서는 필기고사에 의한 선발 방식이 시행 중이다. 비평준화 지역의 자율고는 필기고사를 치를 수 없게 된다. 천안북일고 신현주 교장은 “학생 선발 자율권이 크지 않다”며 “전국 단위 선발이 안 되는 데다 지필고사를 볼 수 없어 자율고가 평준화 보완책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평준화 지역에서도 자율고의 추첨 전형에 대한 불만이 크다.

한가람고 이옥식 교장은 “내신도 비교과와 교과가 있고, 교과도 선택과목을 따져보는 게 학교”라며 “입시 자율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홍준·민동기·박수련 기자


◆자율형 사립고=학생의 학교선택권을 다양화하기 위해 교과과정 등을 확대한 고교. 이명박 정부의 대선 공약에 따라 전문계고인 마이스터고, 기숙형 공립고와 함께 2010년 문을 연다. 입학금과 수업료를 합친 연 등록금이 일반고(145만원)의 세 배 수준인 450만원 이내다. 2002년부터 운영 중인 6개 자립형 사립고는 법인전입금 부담 등 제약이 많은 반면 자율고는 재단의 재정적 부담을 줄여 준 게 특징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신청을 받아 본 결과 사립고 중 67곳이 지정을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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