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억 달러 손실에도 200억 달러 더 투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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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호 29면

투자자에게 2008년은 암울한 한 해였다. 반 토막 위기에 빠진 세계 각국의 주가가 단적으로 이를 보여준다. 세계 최고의 투자자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비즈니스위크는 23일 올해 최악의 손실을 기록한 13명의 투자 고수들을 소개하며 라스베이거스의 큰손 셀런 아델슨(180억 달러)에 이어 버핏(110억 달러)을 둘째로 꼽았다. 버크셔해서웨이는 3분기 이익이 77% 감소했다. 코카콜라와 워싱턴포스트 등 그가 장기 투자하고 있는 회사의 주가도 크게 떨어졌다. ‘버핏이 예언에 쓰는 수정구슬을 바꿀 때가 됐다’(월스트리트저널)는 지적까지 나온다.

버핏의 뚝심, 새해엔 빛 볼까

하지만 장기 투자와 가치 투자의 상징인 버핏의 생각은 달라 보인다. 닛케이가 발행하는 주간 베리타스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버핏 회장의 주식 보유 총액은 지난해 말에 견줘 91억 달러 증가했다. 현금 보유액은 377억 달러에서 199억 달러로 178억 달러나 감소했다. GE(30억 달러)와 골드먼삭스(50억 달러) 등 10월 이후 이뤄진 투자를 감안하면 지난 1년간 주식 투자에 쏟아부은 돈이 2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경제뉴스 전문 방송인 CNBC는 26일 2008년 경제에 대해 버핏이 예견했던 8가지를 되짚어보면 그가 그런 투자를 단행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① 언젠가 불황은 찾아온다
2007년 말 버핏은 “실업률 상승으로 (소비와 생산의) 도미노가 쓰러지기 시작하면 미국 경제가 2008년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예측이 맞아떨어졌지만 그는 담담했다. “정기적인 불황은 자본주의의 속성이다. 사람들이 과잉 반응을 하는 것도 항상 그렇다.”

② 위기도 언젠가 지나간다
2007년 7월 버핏은 한 인터뷰에서 “문제는 항상 있게 마련”이라며 지난 한 세기를 돌아보자고 했다. “대공황과 세계대전, 냉전과 핵폭탄이 있었지만 미국은 잘 굴러오지 않았느냐”는 반문과 함께였다.

③ 침체가 기회를 낳는다
1974년은 그에게 최고의 한 해였다. 월트디즈니·제록스 등의 대표 우량주에 투자해 2년 만에 74%의 수익을 거뒀다. 오일 쇼크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비관론이 세상을 뒤덮으면서 주가가 터무니없이 낮아진 것을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10월 중순 버핏은 ‘미국을 사라, 나는 지금 그렇게 하고 있다’는 제목의 뉴욕 타임스 기고에서 다시 한번 위기를 기회로 삼으라고 강조했다.

④ 모든 주식이 싼 것은 아니다
버핏은 좋은 주식이라 해도 적절한 값에 사야 한다는 점을 야구에 비유했다. “투수가 공을 던진다고 해서 타자가 꼭 방망이를 휘두를 필요는 없다.”

⑤ 다른 이를 의식하지 말라
버핏은 그의 투자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엄의 말을 즐겨 인용한다. “옳고 그름은 다른 이들이 동의하느냐 아니냐로 판가름 나는 게 아니다. 당신의 논리와 논거가 맞는다면 다른 사람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⑥ 주가 하락이 꼭 나쁜 일인가
맥도널드가 오늘부터 햄버거 가격을 내린다면 기분이 어떨까. “어제 비싸게 사먹었다는 생각에 언짢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오늘 더 싸게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쁠 수도 있다.”

⑦ 호시절이 더 위험하다
정보기술(IT) 거품이 한창이던 2000년 그는 투자자들이 무도회장의 신데렐라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정을 넘기면 마차는 호박이 되고, 자신도 부엌데기로 돌아갈 줄 뻔히 알면서도 집에 가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지막 순간에 빠져나가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불행히도 파티장엔 시계가 없다.”

⑧ 파티는 또 열린다
IT 버블에 대한 버핏의 평은 이랬다. “사람들이 미쳤다. 우리가 역사에서 배우는 것은 사람들이 역사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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