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청문회>정태수씨 증언 4가지 거짓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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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태수(鄭泰守) 한보총회장은 주요 대목마다'모른다''말할수 없다'고 일관하는 바람에 청문회증언을 놓고 시빗거리를 찾기 어렵게 됐다.그러한 증언에서나마 명백히 사실과 다르거나 납득키 어려운 대목을 정리해 본다.

▶이자로 나간 돈 1조5천억원=정태수씨는 한보철강에 대한 전체 금융부채 5조원과 실제투자액 3조5천억원의 차이에 대해“이자로 1조5천억원이 나갔기 때문이며 유용한 돈은 한푼도 없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우선 유용한 돈

이 한푼도 없다는 것은 지금까지 검찰조사 결과에서 鄭씨가 시인한 것만으로도 틀린 증언이다.또한 1조5천억원이 이자로 지출됐다는 주장도 납득할 수 없다.

은행감독원은 93~96년중 한보철강의 차입금 이자는 6천8백억~7천3백억원이라고 추정했다(한보특위 보고자료).鄭씨는 이 것의 두배가 차입비용으로 나갔다는 것이다.

막판에 19%의 고리사채까지 끌어 썼다고 해도 1조5천억원의 금융비용은 너무 많다.

▶자금대출=鄭총회장은 거액의 자금대출에 대해“당시 땅만 있으면 정부가 설비자금을 대준다고 했다”고 진술했으나 이 것도 사실과 다르다. 그러나 당시 정부가 설비투자를 장려한 것은 사실이나 산업설비 대출이 부동산 보유 여부만으로 결정될순 없는 일이다.

▶비자금 행방=鄭총회장은 검찰수사 결과 밝혀지지 않은 비자금 2백50억원의 행방에 대해“계열사 방문 때마다 직원들에게 돼지고기를 사주거나 격려금으로 쓴 돈이다”고 주장했다.

鄭총회장은“당시 받은 사람들이 다 있는데도 검찰에서 믿질 않았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2백50억원이라면 한보그룹 전체 직원 8천여명에게 모두 주더라도 직원 한사람에게 평균 3백만원 이상씩을 썼다는 이야기여서 믿기 어렵다.

▶피해액 변제=鄭총회장은“소유재산을 모두 처분하면 차입금보다 많아 남는 돈으로 하청대금등 피해액까지 모두 변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그러나 세금포탈액 4천3백27억원 추징등으로 지난달 검찰로부터 전재산을 압류당해 사실상'알거지'

나 다름없는 鄭총회장이 몰래 숨겨놓은 비밀재산이 없는 한 무슨 수로 피해액을 모두 갚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송상훈.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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