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과외 비상 과열 - 젖먹이에 수영.세살짜리엔 영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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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 강남에 사는 민우(3)군은 매일 오전8시면 학원버스를 타고 피아노학원으로 향한다.

1시간동안 피아노 공부를 마친뒤 집에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바둑학원으로 간다.점심을 먹고나면 한글과 산수 학습지를 풀고 1주일에 한차례씩 방문교사로부터 숙제검사를 받는다.민우군은 집에 손님만 찾아오면“헬로,왓츠 유어 네임”을 연발한

다.아직 한글도 못깨우치고 말도 서투르지만 1주일에 한차례 외국인 선생님에게 1시간30분동안 영어를 배운다.영어과외가 없는 날 오후엔 집 근처 스포츠센터에서 수영강습을 받는다.

민우군의 어머니 金모(32.서울강남구개포동)씨가 과외 교육에 지출하는 돈은 한달에 42만원(피아노 8만원,바둑 5만원,한글 방문학습 주1회 8만원,산수학습 주1회 8만원,영어 그룹과외 주1회 8만원,수영 주3회 5만원).

金씨는“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웃아이들에게 뒤질까봐 어쩔 수 없이 과외학습을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지역과 신도시 일부 주부들 사이에 3~4세 유아와 젖먹이까지 과외를 시키는'유아과외'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생후 3~6개월 아이를 대상으로 주 1회씩 3개월동안 시청각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서울강남구압구정동 J학원의 슬로건은'우리 아이도 영재'다.

입학금 3만원에 한달 수업료가 6만원이다.이달초 모집공고를 내자마자 금세 정원 50명을 초과해 버렸다.미처 등록하지 못한 학부모 30여명이 아우성치는 바람에 J학원측은 7월 강좌 대기표를 나눠주며 달래느라 진땀을 흘렸다.

생후 3개월부터 3세까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수영강습 프로그램을 운영중인 서울 강동구 H체육센터에도'젊은 엄마'들이 북적댄다.월 수강료 4만1천원에 주당 두차례 강습을 실시하는 이 프로그램에 현재 1백10명의 어린이가 등록했고 20여명이 등록 대기중이다.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박은혜(朴恩惠.37)교수는“젖먹이 아이들이 스스로 뛰어놀면서 인지발달과 사회성을 익힐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무리한 조기교육은 오히려 정서발달과 신체발육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제원.심재우.김지선 기자〉

<사진설명>

서울강동구둔촌동 한 사회체육센터에서 유아들이 엄마가 지켜보는 가운데 수영강습을 받고 있다. 〈주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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