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008 중앙일보 선정 새뚝이 1. 스포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프로축구 기성용
한 방으로‘허정무팀’구한 월드컵팀 막내

기성용

지난 9월 10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북한전은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의 서막을 여는 중요한 경기였다. 한국은 김남일의 실수로 페널티킥을 내주며 0-1로 끌려갔다. 한국의 반전 드라마는 19세 ‘소년’ 기성용이 썼다.

불과 닷새 전 요르단과의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를 한 기성용은 후반 23분 감각적인 오른발 발리슛으로 동점골을 쏘아 올렸다. 한국을 패배 위기에서 구한 이 골은 기성용에게도 한 단계 성장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지난해까지 기성용은 그저 가능성 큰 유망주였다. 2006년 FC 서울에 입단한 첫해에는 단 한 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지난해엔 주전으로 발돋움해 22경기에 출전했지만 공격 포인트는 올리지 못했다. 자질은 충분하지만 경기 흐름과 동떨어진 곳에서 머뭇거리는 경우가 많다는 게 전문가의 평가였다.

하지만 북한전에서 골을 넣은 후 플레이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10월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친선경기에서 A매치 2경기 연속골을 넣더니 10월 29일 수원과 정규리그에서는 종료 직전 극적인 결승골을 뽑아내는 활약을 펼쳤다. 기성용은 K-리그에서 4골·2도움을 기록하며 FC 서울을 정규리그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그의 포지션이 수비형 미드필더인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활약이다.

“달라진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자신감”이라고 답했다. “시즌 초만 하더라도 나도 모르게 주눅이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라운드에서 더 자유롭고 편하다”는 것이다.

기성용의 뒤에는 광양제철고 현직 체육교사이자 전 금호고 축구부 감독인 부친 기영옥씨의 헌신적인 뒷바라지가 있다. FC 서울에 입단하며 받은 계약금 2억원으로 기씨는 전남 광양에 아들을 위한 미니 잔디 축구장과 찜질방 시설까지 갖춘 집을 지었다.

중학교 2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4년간 호주에 축구 유학도 보냈다. 기성용은 외국 생활의 어려움을 몸소 체험하며 영어도 배웠고, 자유로운 환경에서 축구를 익혔다. 모두 세계 무대를 누비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었다.

기성용은 “아직 나이가 어리다. 빅리그를 고집하지 않고 어디든 나가 많이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이해준 기자


여자골프 서희경
석달 새 6승 기염 … 3주 연속 우승 기록도

서희경

서희경(22·하이트)은 2008년 국내 여자 프로골프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새뚝이다. 2006년 KLPGA 1부 투어에 데뷔한 뒤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던 서희경은 데뷔 3년 만인 2008년 하반기 들어서야 정상급 선수로 다시 태어났다. 8월 말 열린 하이원컵 SBS채리티 여자오픈이 ‘스타 탄생’의 신호탄이었다. 이 대회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둔 그는 KB국민은행 3차 대회에 이어 그 다음주 빈하이 오픈에 이르기까지 3주 연속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KLPGA 투어에서 3주 연속 우승을 차지한 것은 박세리(31)·김미현(31)에 이어 그가 처음이었다. 10년 만에 나온 값진 기록이기도 했다. 이것만으로도 모자라 서희경은 10월 가비아 인터불고 마스터스와 11월 세인트포 레이디스 마스터스에 이어 시즌 마지막 대회인 ADT캡스 챔피언십에서도 우승하며 올 시즌 하반기에만 무려 6승을 거뒀다. 불과 3개월 만에 여섯 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것이다. 그는 또 올 시즌 25개 대회에서 6억700여만원의 상금을 벌어들여 신지애에 이어 상금 랭킹 2위에 올랐다.

1m72㎝의 큰 키 덕분에 ‘필드의 수퍼모델’로 불리는 서희경은 “2008년은 최고의 해였다. 기세를 몰아 내년에도 우승을 많이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제원 기자


프로야구 김현수
역대 최연소 타격왕 … 투타 유일한 3관왕

김현수

2006년 가을, 김경문 두산 감독은 신인 외야수 한 명을 가리키며 “저 친구를 잘 봐두라”고 말했다. 갓 1군 무대에 올라온 김현수였다. 그로부터 2년 뒤 김현수(20·두산)는 한국 프로야구 최고 타자 반열에 올라서며 극적인 ‘인생 역전’을 이뤄냈다.

김현수는 신일고 시절 이영민 타격상을 수상할 정도로 타격 자질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수비가 약하고 발이 느리다’는 이유로 프로 구단의 신인 지명을 받지 못해 2006년 신고 선수로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데뷔 3년째인 2008년 김현수는 타율(0.357)·안타(168개)·출루율(0.454) 부문 1위를 차지하며 일약 최고 스타로 올라섰다. 역대 최연소 타격왕이자 올 시즌 투타를 통틀어 유일한 3관왕이었다.

부드러운 타격 자세로 어떤 코스의 공이라도 쳐내는 그의 모습에 야구인들은 “‘타격의 달인’ 장효조를 다시 보는 것 같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현수의 성공에는 설움을 딛고 이겨낸 굳은 의지와 노력이 숨어 있다. 낙천적이고 활발한 성격의 그는 “그라운드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며 "매 순간 최선을 다한 게 3관왕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SK와 한국시리즈에서 예기치 못한 부진으로 눈물을 흘린 김현수는 “막판 아픔이 오히려 약이 됐다. 내년에는 끝까지 웃도록 하겠다”며 다시 방망이를 움켜쥐고 있다.

신화섭 기자


남자육상 이정준
올해만 110m 허들 한국신 네 번 갈아치워

이정준

2008년 8월 18일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인 국가체육장. 육상 남자 110m 허들 예선에 출전한 이정준(24·안양시청)은 한국 선수로는 20년 만에 올림픽 육상 트랙경기에서 2회전에 진출했다. 그는 2회전에서 세계기록 보유자인 다이런 로블레스(쿠바)보다 빨리 스타팅 블록을 박차고 나가 한국신기록(13초55)을 세웠다. 이정준은 올해 4월 26일 태국오픈육상경기대회에서 13초63의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박태경(경찰대)이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세운 13초67의 종전 한국기록을 0.04초 단축했다. 올림픽 기준기록(13초72)을 통과, 올림픽 출전권도 따냈다. 태국대회는 화려한 이정준의 한 해를 알리는 서곡에 불과했다.

그는 20일 뒤인 5월 17일 동일본육상경기선수권에서 13초56을 끊으면서 자신의 기록을 0.11초나 줄였다. 이어 8월 18일 올림픽 예선 2회전에서 13초55를 기록, 올해 세 번째 한국신기록을 수립했다. 신기록 행진은 국내 무대로 이어졌다. 9월 25일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에서 13초53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 어렵다는 육상 단거리에서 1년 새 네 차례나 한국기록을 갈아치운 이정준의 2009년 새해 목표는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결승 진출이다.

장혜수 기자


리듬체조 신수지
한국 올림픽 출전 16년 만에 꿈 이뤄

신수지

굵고 짧은 한국인 특유의 체형 탓이었을까. 일찍이 한국에는 리듬체조 스타가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물건’이 하나 나타났다. 이름은 신수지(17·세종고). 그는 지난해 9월 세계리듬체조선수권대회에서 개인종합 17위에 오르며 베이징 올림픽 출전권을 자력으로 따냈다. 한국 선수로는 16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섰다. 개최국으로 자동 출전권을 얻은 중국 선수들을 제외하면 아시아 선수로는 그가 유일했다.

올림픽에서 신수지는 합계 66.150점을 얻어 전체 24명 중 12위에 올랐다. 10위까지 가능한 본선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역대 대한민국 선수 중 최고 성적을 냈다. 이 대회에서 그는 ‘연체동물’이라는 별명처럼 남들이 쉽게 하지 못하는 ‘9회전 백 일루션(한 다리를 축으로, 다른 다리를 머리까지 올려 회전하는 기술)’을 성공시켜 관중의 박수를 이끌어 냈다. 그래서 ‘신인류’라는 애칭도 얻었다.

그의 재능은 국내보다 국제무대에서 먼저 알아봤다. 국제체조연맹(FIG) 리듬체조 기술위원회 비너르 부위원장은 신수지를 두고 “신이 내린 재능을 가진 선수이니 잘 키워야 한다”며 러시아의 엘레나 니효도바 코치를 소개해 줬다. 1m65㎝, 43㎏의 늘씬한 몸과 탄력, 유연성, 분위기를 타고났다는 평가다. 최근 교과부가 뽑은 ‘100명의 대한민국 인재’에도 포함된 신수지는 “피겨의 김연아 선수처럼 유명한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온누리 기자

◆새뚝이=춤판을 비롯한 전통 공연에서 하나의 판을 깨고 새로운 판을 여는 사람을 말한다. 독창적인 생각과 활동으로 사회를 새롭게 밝히고 장차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을 뜻하기도 한다. 문화·통일 운동가 백기완씨가 찾아내 널리 알려졌다. 중앙일보는 백씨의 제안에 따라 1998년부터 ‘한 해 동안 각 분야에서 참신하게 활동한 인물’을 새뚝이로 부르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