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자리로 내려와 예수님 만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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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성탄절 정오미사를 집전한 정진석 추기경이 미사를 마친 뒤 성당을 나서며 신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시절이 어려운 탓일까. 25일 낮 12시 서울 명동성당은 만원이었다. 매서운 추위에도 ‘성탄 미사’를 찾은 이들이 많았다. 경제 한파 때문인지 지난해 성탄절보다 참석자가 늘어났다. 미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성당의 여러 입구에는 기다란 줄이 이어졌다.

‘예수 성탄 대축일 낮미사’를 집전한 정진석(77·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추기경은 “예수님은 마음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시고, 권세 있는 자들을 그 자리에서 내치시고, 보잘것없는 이들을 높이시기 위해 오신 분”이라며 “진정한 성탄의 의미는 가난하고, 불쌍하고, 억울하고, 소외된 이웃 안에서 예수님의 모습을 발견하는 데 있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정 추기경은 “경제만 좋아지면 우리의 모든 삶이 다 해결될 것이란 헛된 기대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간은 빵으로만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아야 한다. 그럴 때 우리 사회가 다른 이의 인격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인간다운 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신교계도 전국의 교회별로 ‘성탄 예배’를 열고, 교계 지도자들은 성탄메시지를 전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엄신형 목사는 “고아와 과부를 먼저 배려했던 초대교회의 성도들처럼 교회가 먼저 낮은 자리로 내려와 도움이 필요한 이들과 마음을 함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권오성 총무는 “성탄은 인간의 절망과 고통이 끝나고 주님의 격려하심과 위로와 도와주심이 시작되었다는 선포이다. 예수님의 은혜가 이 세상 모든 이에게 풍성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불교계와 원불교도 성탄을 축하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깊고도 크신 사랑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 탄생을 2000만 불자와 함께 축하한다”며 인사를 전했다. 원불교 이성택 교정원장은 “세계적 금융위기로 인한 오늘날의 시련 속에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희생과 사랑의 정신이 살아나 등불이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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