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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체계적 강력 범죄 대책 나올 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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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일반적으로 범죄에 대한 대응으로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형사 정책은 사후적 처벌보다는 사전적 범죄 예방이다. 게다가 사전적 예방도 장기적이고 사회정책적인 안목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효과가 별로 없다. 형사정책은 범죄 대책이기 이전에 사회복지정책, 교육정책, 가족정책, 노동정책, 심지어 주택정책 등과도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최근 시도한 다수 살인범 인터뷰 결과 강력 범죄자의 범죄는 10대 청소년기의 생활환경이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경제적 어려움 등 여러 원인에서 비롯된 부모의 무관심, 특히 아버지로부터 당한 폭력이나 가족 간의 대화 부족, 그리고 좋지 않은 교우관계가 대표적인 예다. 청소년기의 일탈 행위나 청소년 비행은 대부분 이러한 원인에서부터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계층 간 양극화와 요즈음과 같은 경제위기는 강력 범죄의 증가를 가져올 현실적 요인이 더욱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소외 계층에 대한 사회적 연대감과 공동체 의식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한층 높아졌다.

우리 사회에서는 그동안 강력 범죄에 대해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예방책을 강조하고 엄벌을 주장했지만 범죄 예방에는 별로 효과가 있었다고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일과성 분노로 지나가면 다음 사건이 발생할 때까지 잊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다. 그리고 이러한 범죄에 대한 법원의 선고 형량은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대해지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앞으로는 교정정책이 단순한 수형자 관리 차원을 넘어 보다 심도 있는 내용으로 변화해야 한다. 강력 범죄자에 대한 전문가의 정기적인 심리검사나 사회성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기록들이 출소 후에도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마디로 교정정책과 보호정책의 연계성이 강화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만기 출소자에 대한 관리는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 범죄 위험군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상습 성범죄자에 대해서만 올 9월부터 위치추적장치인 전자발찌를 부착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성범죄보다 훨씬 위험한 살인과 같은 강력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도 출소 후 대책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전자발찌 부착이나 보호관찰을 들 수 있다.

현재 보호관찰은 선고유예나 집행유예, 가석방을 받은 경미한 범죄자를 중심으로만 이뤄지고 있다. 이들의 사회 복귀를 위해 형벌의 대체수단적인 사회 내 처우 방법으로서 보호관찰이 필요하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출소한 강력 범죄자에 대한 사회 내 처우이며 이와 관련한 법 규정의 정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만기 출소를 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보호관찰과 같은 사회 내 처우는 이중의 처벌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범죄 예방이라는 관점과 이들 범죄자 스스로도 억제하지 못하는 출소 후의 범죄 유혹에서 벗어나게 해주기 위해서는 이중 처벌이라는 비판은 피상적이고 형식적이라고 본다.

박상기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