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오.남용 심각 무용지물 위기 - 내성균주 70% 넘어서 세계1위 불명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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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항생제 내성균(耐性菌)의 급증으로 인해'항생제 시대의 종말'을 우려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8년 세계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 개발 이후 치명적 세균감염의 완치제였던 항생제가 이제는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특히 무분별한 항생제 사용으로'세계 제1의 항생제 내성균 보유국'의 불명예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더욱 시급한 형편이다.

서울대의대 감염내과 최강원(崔康元)교수는“국내 항생제 오.남용을 이대로 방치하면 내성균 급증으로 머지않아 세균을 박멸할 약이 없어져 항생제 개발 이전시대로 돌아갈 위험성이 있다”고 말한다.

세균.바이러스.곰팡이.기생충등 감염병은 다양하지만 가장 빠른 시간내에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대부분 세균.하지만 항생제 개발 이후 세균의 완전 박멸은 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문제는 이처럼 항생제의 무차별 공격을 받던 세균들이 생존을 위해자신의 몸을 일부 변형해 내성균주로 재탄생하기 시작한 것.이같은 내성균주는 당연히 기존의 항생제로는 박멸할 수 없다.

이 내성균주에 대처하는 방법은 더욱 강력한 새로운 항생제 개발 뿐이다.

물론 세균은 새로 개발된 항생제에 대항하기 위해 다시 자신의 몸을 변형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처럼 항생제가 멋대로 유통.남용되는 상황에서는 새로 생겨나는 내성균주를 신약개발이 따라갈 수 없음은 자명하다.

일례로 중이염.축농증.폐렴.복막염.뇌막염.균혈증등 가장 흔하면서도 심각한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인 폐구균의 경우 페니실린에 저항하는 내성균주가 처음 보고된 것이 64년 미국 보스턴에서였다.

그러나 이후 3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항생제 조절이 잘 되고 있는 미국.캐나다등에서 내성률은 10%미만을 유지한다.이에 반해 국내 현황은 너무나 심각하다.

서울대의대 소아감염학 이환종(李煥鍾)교수는“국내에서 엄격한 의미의 페니실린 내성균주가 처음 보고된 것은 89년이었으나 93년엔 이미 내성균주 70% 이상을 기록해 세계 제1의 내성균주 보유국이 됐다”며“이후에도 해마다 내성균주의

비율이 올라가면서 독보적인 세계 제1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힌다.

국내 항생제 사용의 문제점은 크게 두가지로▶의사처방전 없이 누구나 항생제를 구입하는 것과▶병원에서도 새로 개발된 3차항생제를 거의 제한없이 사용하고 있다는 점.

물론 이같은 현실은 후진국에서도 흔치 않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국에서는 유례가 없다.崔교수는“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항생제 사용지침이 마련돼야 한다”며“우선 시중에서 흔히 사용되는 1차항생제는 의사 처방전에 따라,종합병원

에서 사용되는 3차항생제는 병원내 감염학 전문의의 판단아래 사용돼야 하고 약사용의 감시및 관리체계 개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황세희 전문기자.의사〉

<사진설명>

'항생제시대의 종말'을 부르는 항생제 오.남용을 막기 위해선 의사처방전 없는 항생제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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