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나무심기 나선 애국지사 박윤옥 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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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우리 땅에 사쿠라(벚나무) 대신 토종 살구나무를 심읍시다.”

독립운동가인 박윤옥(朴潤玉.80.대전시서구둔산동.사진)씨는 해마다 식목일이 있는 4월이면 일본의 국화인 벚나무 대신 살구나무를 심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朴씨는 지난해부터는 아예 스스로 살구나무 묘목을 길러 군.기관.민간인등에게 나눠주고 있다.

朴씨가 지난해 대전지역 공군부대와 관공서에 무료로 나눠준 살구나무 묘목만도 2만그루.올해도 지난달말까지 5만 그루의 살구나무 묘목을 대전시내 5개 구청과 대학.시민단체등에 제공했다.

朴씨는“8년전 진해군항제를 구경갔다가 임진왜란때 이순신(李舜臣)장군이 왜군을 몰아냈던 장소에 심어진 벚꽃나무 밑에서 축제가 열리는 것을 보고 일본국화를 몰아낼 궁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뒤 朴씨는 고심 끝에 벚꽃과 꽃모양이 비슷하고 잘 자라며 열매까지 얻을 수 있는 살구나무를 대체 수종(樹種)으로 간택(?),살구씨나 묘목을 구하기 위해 전국을 돌았다.

고생 끝에 그는 94년 강원도에서 살구씨 한가마(80㎏)를 구입,공주시반포면 밭(1만평)에 심었다.

2년동안 재배한 결과 묘목을 얻을 수 있게 됐고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됐다.

朴씨는 내년에는 올해보다 두배 이상 많은 10만그루 이상을 분양할 계획이며 일단 1백만 그루를 나눠주는게 당면목표다.

朴씨는“관공서등에서 앞장서 벚나무를 심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며“여생을 살구나무심기 운동에 바쳐 후손들에게 일제 잔재를 남겨주지 않겠다”고 다짐한다.일제때 열혈회(熱血會)등을 조직,독립운동에 몸을 바친 공로로'건국훈장애국장

'을 받은 朴씨는 평양이 고향으로 1.4후퇴때 월남,경기도시흥에서 교육사업등을 펼치다 93년부터 대전에서 살고 있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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