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인권대결 중국손 올라갈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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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제네바인권회의의 연례행사로 굳어진 중.미(中.美)간 인권대결이 올해의 경우 중국측의 완승으로 판가름날 전망이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중국에 대해 있는 그대로 말하겠다”며 제네바회의에 대(對)중국 인권결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별렀지만 결의안 통과는커녕 제출조차 불투명한 형국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처럼 처참한 패배 위기에 직면하게 된 결정적 원인은 유럽과 일본등 그동안 미국을 대신해 총대를 멨던 우방들이 등을 돌렸기 때문.

미국과의 공조를 제일 처음 부수고 나선 곳은 프랑스.프랑스 정부는 최근 제네바인권회의에서 대중국 인권결의안 제출에 동참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함으로써 유럽연합(EU)과의 공조를 기대했던 미국을 실망시켰다.

여기에 독일.이탈리아 정부도 중국을 겨냥한 인권결의안 제출에 참여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고 일본 역시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형편이다.

프랑스.독일.일본등이 부정적 태도로 돌아선 이유는 간단하다.미국과의 공조를 통해 얻어낼 수 있는 실익(實益)은 별로 없는 반면 중국을 자극함으로써 수반되는 후유증은 상대적으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특히 중국시장에서 항공기.통신.원

전.자동차등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놓고 미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들 국가로선 가급적 중국의 비위를 거스르는 행동을 삼갈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지난달 하순 중국을 방문한 앨 고어 미국 부통령이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리펑(

李鵬)총리등과 회담할때“제네바회의에서 미.중 양국이 대결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를 희망한다”며 중국측의 자발적 성의표시를 요구한 것도 세(勢)불리를 느낀 미국이 미리 망신을 피해보려는 포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당시 고어 부통령은 미국이 관심을 갖고 있는 웨이징성(魏京生).왕단(王丹)등 주요 반체제 인사들의 명단을 중국측에 제시,중국이 먼저 몇몇 인사들을 석방하면 미국 역시 인권결의안 상정을 재고할 것임을 암시했다는 후문이다.그러나 중국

은 이같은 요구에 이렇다할 구체적 약속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동안 끈질기게 중국의 발목을 붙잡았던 인권문제가 서방국들의 공조 파괴로 더이상 중국을 위협하기 어려운'솜방망이'로 변해버린 셈이다. [베이징=문일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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