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워터게이트 파헤친 두 주역 별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워터게이트 사건을 파헤쳐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중도 사임을 이끌어내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아치볼드 콕스(左) 특별검사가 29일 숨졌다. 92세.

콕스는 1973년 5월 워터게이트 사건 특별검사에 임명돼 사건의 전모와 은폐 의혹을 규명하는데 필요한 녹음테이프를 제출하도록 백악관에 요구해 끝내 백악관을 굴복시켰지만 보복을 받아 파면됐다. 콕스는 국가 보안을 이유로 테이프 공개 요구를 중단하라는 닉슨 대통령에 맞서 "그럴 경우 사건을 규명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리고, 부당한 압력에 굴복하는 것이 된다"며 끈질기게 테이프 제출을 요구했다.

같은 해 10월 닉슨은 콕스 특별검사의 해임을 지시했으나 엘리어트 리처드슨 당시 법무장관은 이를 거부하고 물러났으며, 윌리엄 러켈스하우스 법무차관도 "해임을 못하겠다"며 사표를 던졌다. '토요일의 대학살'이라는 이 항명이 도화선이 돼 닉슨은 더욱 궁지에 몰렸고, 미국 대통령 중 처음으로 탄핵을 피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는 불명예를 안아야 했다. 콕스의 옷을 벗긴 사람은 법무부 서열 3위였던 로버트 보크였다.

콕스는 생전에 "워터게이트 사건이 남긴 가장 큰 교훈은 정치권력 남용이 미국 정치체제를 위협할 때 국민이 단합해 이를 저지하고 가치있는 행동을 실천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상원 워터게이트 위원회의 수석자문역을 맡았던 샘 대시(右) 전 조지타운대 법대 교수도 같은날 숨졌다. 79세. 대시는 73년 상원 워터게이트 사건 청문회 당시 백악관 참모 알렉산더 버터필드를 상대로 "비밀 테이프 녹음 시스템을 누가 알았느냐"고 추궁해 "대통령"이라는 답변을 얻어냈다.

박소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