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 집착이 이라크 오보 양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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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이라크와 관련된 보도에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는 편집국장의 반성과 사과를 실은 뉴욕 타임스(NYT)가 이번엔 옴부즈맨 칼럼을 통해 다시 한번 독자 앞에 머리를 숙였다.

NYT의 공익편집인인 대니얼 오크런트는 30일 "2002년 9월부터 2003년 6월 사이의 NYT를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다고 믿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크런트는 지난 18일 빌 켈러 NYT 편집인에게 이라크 관련 오보에 대해 글을 쓰겠다고 통보했으며 당시 켈러 편집인은 이미 오래전부터 편집간부들이 이라크 관련 오보에 대해 자체조사 중이라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지난 26일자 신문에 반성문이 실렸지만 1면에 싣지 않고 10면에 파묻었는지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편집국장의 반성문이 NYT가 그 같은 과오를 저지르게 된 근본적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면서 이라크 오보가 양산된 NYT의 분위기나 관행을 다음 다섯가지로 요약했다.

첫째는 특종을 위해 오보를 마다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과거엔 특종보다 정확한 기사를 추구했지만 언젠가부터 에디터들은 특종을 강조했고 이에 기자들이 굴복했다는 것이다.

둘째는 1면에 기사를 쓰기 위해 약간의 거짓 정보로 선정적인 주장을 하는 당국자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강조하는 수법을 활용했다는 점이다.

셋째는 근거 없는 폭로에 의존해 기사를 쓴 뒤 이를 입증할 후속기사는 나몰라라 했던 '히트 앤드 런 저널리즘'이다. 기사도 식물처럼 가꾸지 않으면 죽어버리며 더불어 신문사의 명성도 죽게 된다.

넷째는 익명의 취재원이 주장한 내용을 무책임하게 전달하는 바람에 오보가 양산됐다. 비록 익명을 전제로 정보를 받았지만 정확하지 않았다는 게 밝혀지면 취재원을 공개하고 문제를 삼았어야 했다.

다섯째는 특종기사라 하더라도 동료 기자와 편집자들이 시비를 걸고 문제삼도록 해 더더욱 정확성을 기했어야 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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