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일푼 된 정태수씨 진술에 시선 집중 - 검찰 마지막 카드 약효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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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검찰이 한보그룹 정태수(鄭泰守)총회장 일가의 재산 압류에 나섬에 따라'자물통'으로 소문난 鄭총회장의 입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鄭씨 일가 재산에 대한 압류는 곧 검찰이 그의 입을 열겠다는 비상 수단이기 때문이다.수사 관계자들은 세

무공무원 출신인 鄭총회장에겐 탈세조사와 재산 압류만이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이른바'이이제이(夷以制夷)'전략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난 주말부터 서울구치소에서 鄭총회장을 소환,압박작전을 편 검찰이 그에게 기대하는 진술은 크게 세가지다.

우선 중간수사결과 발표에서“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었다”며 물러서고만 관계(官界)인사들의 수뢰 여부다.한보사건 첫수사에서 검찰은 시간에 쫓긴 나머지 鄭총회장의 입에만 의존한 탓에 의혹투성이인 공장부지 매립허가및 코렉스공법 도입등

사업 인허가 과정엔 제대로 손을 대지 못했다.따라서 새 수사팀은 당시 청와대 총무수석 홍인길(洪仁吉)의원의 청탁을 받아 대출에 개입했다는 한이헌(韓利憲).이석채(李錫采)전경제수석등 청와대 관계자는 물론 사업 관련 부처인 재경원과 통

상산업.건설교통부등 고위 공직자의 개입 여부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둘째는 은행 대출과정의 실체다.

검찰은 첫 수사에서 제일.조흥등 2개 은행 전.현직 행장 3명을 구속하는 전과를 거뒀지만 사업초기부터 은행대출을 선도한 산업은행과 후반부에 대출을 주도한 외환은행엔 면죄부를 쥐어줘 의혹을 샀다.구속 은행장 3명에겐 꼬박꼬박 2억원씩의 '추석 떡값'과 '휴가비'를 챙겨줬던 鄭총회장이 나머지 은행장들에겐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는 중간 수사결과가 鄭총회장 입에 의해 번복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대되는 진술은 신한국당 민주계 중진의원등의 '음모론'으로까지 비화됐던 정계로비 범위다.

국정감사 무마를 위해 재경.통산위 소속 의원들은 외면한채 권노갑(權魯甲.국민회의)의원등 국방위 소속 의원 2명에게만 로비를 펼쳤다는 鄭총회장의 첫 진술은 상식을 외면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궁지에 몰린 鄭총회장이 여야 정치인 20명에게 전했다는 정치자금의 성격과 액수및 대선자금을 매개로 한 김현철(金賢哲)씨와의 관련의혹에 대해서도 진실을 쏟아놓을 가능성이 없지 않아 진술 내용에 따라선 엄청난 파문을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권영민 기자〉

<사진설명>

지난 1월30일 검찰에 출두하는 한보그룹 정태수총회장과 지난달 참고인 조사를 받고 귀가하는 정보근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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