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실물경기 내년 하반기 기지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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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내년 여름께 금융불안과 경기침체가 멈춘다는 시장 신호가 보이고, 내년 하반기께 실물경기가 기지개를 켤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제로금리를 선택한 17일 오후 한국개발연구원에서 만난 베리 아이헨그린 버클리대 교수의 전망이다. 아이헨그린 교수는 세계 각국이 추진하고 있는 경기부양책에 관해 “정부 지출의 규모도 중요하지만,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 또한 중요하다”면서 “집행에 긴 시간이 걸리는 토목공사 등보다는 붕괴하는 민간 소비 기반을 직접 떠받칠 수 있는 데 돈을 쓸 것”을 권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경기 급랭이나 장기 침체의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

“지금의 경기침체는 강도로 보거나 또 그 기간으로 보거나 과거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한 극심한 침체일 것이다. 과거에도 심한 불황이 있었지만, 그것은 주택경기나 신용(가계대출) 경색 중에 하나가 야기한 것이었다. 지금은 주택경기 불황과 신용위기가 동시에 불거진 상태고, 또 그것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대공황만큼 극심할까.

“대공황처럼 되지는 않는다. 절대로. 각국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1980년대 이후의 어느 경기침체보다 극심할 것이라는 얘기다. 중국은 올해 하반기에 성장이 아예 멈추고 있다. 그렇게 되면 아시아 전체의 성장 또한 멈출 수밖에 없다.”

-온갖 정책을 동원해도 금융경색이 왜 안 풀리는가.

“대출 위험에 대한 경계심리 때문이다. 경기침체 때문에 오늘 돈을 꿔준 상대가 내일 살아남아 있을지 자신할 수 없으면 돈이 돌 수 없다. 이럴 때는, 미국이나 한국 정부가 하듯이, 신용보증을 해주거나 (회사채 매입 등) 직접 대출시장에 뛰어드는 노력으로 경계심리가 해소되도록 애써야 한다. 지금은 ‘평상시’가 아니다. 비상시다. 비상시에는 비상책을 동원해야 한다.”

-한국 정부도 경기부양책을 준비는 하고 있다.

“경기부양책이 국내총생산(GDP)의 4% 정도라고 하던데, 그 규모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그 내용(어디에 얼마를 쓰느냐)에 관해서는 적절하다고 말하기 힘들다.”

-너무 토목사업 중심으로 경기부양책이 짜여 있다는 비판이 있긴 하다.

“지금 가장 중요한 점은 실기하지 말고 정부지출을 늘려 붕괴 일로에 놓인 (민간)소비기반을 대신 떠받쳐 주는 것이다. 소비부양 효과가 빨리 나타날 곳에 집중적으로, 또 빨리 돈을 써야 한다는 얘기다. 사회간접자본 사업은 계획과 집행에 시간이 너무 걸린다. 내년 초가 되면 경기가 급격히 바닥으로 떨어질 텐데, 4대 강 정비 사업처럼 향후 2년 동안 추진할 사업이 그것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까. ”

-언제쯤 또 어떻게 글로벌 경제가 지금의 곤경에서 벗어날까.

“글로벌 경제의 안정을 촉발할 것은 지금 세계 각국이 벌이는 경기부양책일 것이다. 정부지출이 집행되기 시작하면 경제가 호전되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그 경기 반전의 시장 신호는 금융경색이 풀리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날 것이다.”

-언제쯤 그런 기미가 보일까.

“2009년 후반이나 2010년 초께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오래 기다려야 하나. 그때쯤이면 경제가 완전히 무너져 있을 터인데.

“정부들이 적극 나서고 있으니까, 2009년 여름께는 여신시장 금리격차가 정상 수준으로 줄어들지 않겠는가. 그러면 성장세가 2009년 하반기께에 고개를 들지 않을까 싶다.”

글=김정수 경제전문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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