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없이 보낸 민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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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골탈태란 용어를 많이 썼는데 환골탈태했는지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

19일 ‘대선 패배 1주년’을 맞는 민주당 정세균 대표의 소회다. 그는 “당을 통합하고 정비하고 능력 있는 정당이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는데 진정성이나 성과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이 아직도 안정이 안 됐다”는 지적엔 “공감하지 않는다. 내년 이맘때면 완전히 다른 민주당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날도 민주당의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의원·보좌관·당직자들에게 상임위 회의장과 국회의장실 점거를 위한 총동원령이 내려졌지만, 농성 현장 한쪽에선 “의장도 없는 의장실을 왜 밤새 지켜야 하느냐”는 등 당직자들의 아우성이 들려왔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오른쪽에서 둘째)와 의원들이 19일 오후 점거 농성 중인 행안위 회의실에서 집시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김형수 기자]

여야의 극한 대립 속에 민주연대 등 강경파의 목소리는 잠시 잠잠해졌지만 온건파들의 걱정은 커지고 있다. 전날 벌어진 물리적 충돌을 두고도 지도부의 주장과 엇갈린 목소리가 나왔다. 한 중진 의원은 “여당 때 우리가 처리하려던 FTA 비준 동의안을 상정부터 막으려고 기를 쓸 이유가 뭐냐”고 지적했고 또 다른 3선 의원은 “폭력적 대결로 흐른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강경파건 온건파건 10%대에 머무르는 당 지지율에 대한 걱정은 한마음이다. 호남의 한 중진 의원은 “집토끼를 잡기 위해 강경 모드로 가야 한다는 주장은 재집권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라며 “정기국회가 끝나면 치열한 논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시권에 들어온 4월 재·보선 걱정도 커지고 있다. 새 카드는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1년 전의 패장인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손학규 전 대표 복귀설만 계속되는 형편이다.

◆‘충청 맹주’로 자리 잡은 이회창=‘대선 3수’의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충청권의 ‘맹주’로 자리 잡았다. 올 초 선진당을 창당해 충청권에서만 14석을 석권했다. 창조한국당과 공동 교섭단체를 꾸려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다. 이 총재는 “우리 당은 작아도 국회 활동을 통해 정도로 가는 정치를 추구해왔다”고 자평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선전한다면 ‘대선 4수’도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3%대에 머물고 있는 당 지지율과 단독 교섭단체 구성 등이 여전한 과제다.

정강현·김경진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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