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5억 달러 모금=재단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된 2922쪽짜리 자료에 따르면 1997년 설립된 ‘윌리엄 J 클린턴 재단’은 지난해까지 약 5억 달러(약 6430억원)의 기부금을 모은 것으로 집계됐다. 총 기부자는 20만5000명. 아시아·중동 국가 정부와 의회·기업·단체·개인 등이 골고루 포함돼 있다. 재단은 보안 등을 이유로 기부자들의 정확한 기부액은 밝히지 않았고, 액수별로 범위를 정해 기부자 명단을 공개했다. 최대 기부자(단체)는 2500만 달러 이상을 내놓은 아동투자기금재단(CIFF·영국)·국제의약품구매기구(UNITAID)이었다.
국가(정부기구) 가운데 ‘가장 큰손’은 1000만~2500만 달러를 낸 사우디아라비아·호주의 정부 대외원조기구였다. 쿠웨이트·카타르·오만 등 중동국은 100만~500만 달러를 냈다. 안보 차원에서 대미 로비력을 높이고 있는 대만도 정부기관 경제문화판사처 명의로 100만~500만 달러를 기부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힐러리 국무 앞 복병들=기부자 20만5000명 가운데는 힐러리 국무장관 내정자의 활동에 복병이 될 수 있는 주요 인사·단체들도 있어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이라크 국민을 무차별 사살해 문제가 됐던 미국 사설 경비업체 블랙워터는 1만~2만5000달러를 기부한 것으로 나타나 재단이 ‘도덕성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도 제기됐다. 내년에 블랙워터와 재계약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힐러리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되고 있다.
인도로부터 기부를 받은 점도 힐러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2005년 클린턴의 인도 방문을 주선한 인도 정치인 아마르 싱은 100만~500만 달러를 입금했다. 인도 산업연맹도 50만~100만 달러를 기부했다. 내년에 인도·파키스탄 간 갈등 해결이 오바마 행정부의 첫 외교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재단이 인도 측에서만 기부금을 받았기 때문에 힐러리가 양국 중재를 할 때 구설에 오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용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