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르 모부투정권 지지 프랑스정책 국내비판 고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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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프랑스의 대(對)아프리카 정책이 또 한차례 일격을 당했다.

자이르 반군지도자 로랑 데지레 카빌라를 지지하는 50명의 시위대가 22일 파리 주재 자이르대사관을 점거,자이르정부에 대한 프랑스정부의 지지철회를 요구하고 나선 것을 계기로 프랑스정부의 대 자이르 정책에 대한 프랑스 국내의 비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해 9월 자이르 내전 발생 직후부터 세세 세코 모부투 대통령을 지지하고 나섰다.모부투는 이미 국제사회에서 도덕적으로 낙인찍힌 독재자.프랑스는 그런 그를 프랑스로 불러들여 전립선암을 치료하도록 돌봐왔다.자크 시라크 대통

령은 이달초“자이르를 대표하는 최적임자는 모부투”라고 발언,그에 대한 프랑스의 지지를 재확인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최근 반군은 내전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수도인 킨샤사 시민들조차 반군의 입성을 환영하는 분위기다.프랑스권 아프리카 국가들도 거의가 반군의 승리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유엔조차 모부투에게 불리한 정세를 모면하기

위해 프랑스가 요구한 휴전중재를 외면하고 있다.결국 프랑스는 정세판단을 잘못해 아프리카에서 자이르라는 우방을 잃을 뿐만 아니라'아프리카의 종주국'이라고 자처해온 위상이 완전히 빛을 잃게 된 셈이다.

이에 비해 아프리카에서 프랑스와 영향력 경쟁을 벌여온 미국은 자이르 내전을 계기로 또한번'외교적 성공'을 거둘 전망이다.

냉전시대 모부투를 지지하던 미국은 최근 모부투를 버리고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무세베니는 자이르 반군에 대한 배후 지원세력.따라서 무세베니를 지지하는 미국은 자이르를 자국의 영향권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게 됐다. [파리=고대훈 특파원]

<사진설명>

자이르 반군지도자 로랑 데지레 카빌라가 22일 1주일전 함락시킨 키상가니시에 나타나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키상가니 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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