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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리포트>EU 역사교과서 통합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유럽통합의 일환으로'유럽 단일 역사교과서'편찬사업이 추진돼 논쟁이 일고 있다.

호세 에스쿠데로라는 스페인 역사학자는 최근 이같은 단일역사서를 유럽연합(EU)내 모든 학교에 배포,일괄적으로 배우도록 하자고 유럽의회에 제안했다.

유럽 전체의 과거를 균형된 시각으로 조망,각국의 민족주의에 물들지 않은 진정한'유러피언'을 탄생시키자는 것이다.

'유럽공화국'의 건설 차원에서 문화적 일체감 조성에 매진해온 EU측은 유럽의회 의원이기도 한 에스쿠데로의 제안이 나오자 당연히 쌍수들고 환영,입법화를 적극 검토중이다.

실제로 EU집행위가 직원 자녀들을 위해 설립한 벨기에의 특수학교에서는 이미 학생들에게 다른 나라에서 제작한 역사교과서로 가르치고 있다.

영국출신 학생에게는 프랑스 교과서로,독일학생들에게는 이탈리아책으로 교육하는 식이다.

이같은 방안이 나오게 된 까닭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시각과 해석이 나라별로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예컨대 나폴레옹과 잔다르크를 영국에서는'망상가'와'마녀'로 보는 반면 프랑스에서는 위대한'정복자'와'성녀'라고 가르치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탈리아의 경우 무솔리니를 2차대전에서 패했을 망정 사회기강을 바로잡은 훌륭한 지도자로 여기나 영국.프랑스에서는 히틀러와 똑같은 독재자로 묘사한다.

이 때문에 EU측은 각국 국민들이 상반된 역사관으로 무장하는한 진정한 유럽통합은 불가능하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각기 자국 역사에 남다른 긍지를 지닌 회원국들내에서는 반발이 심하다.특정사건에 대한 객관적 해석 자

체가 불가능할뿐더러 그간 커다란 의미부여를 해온 자신들의 화려한 역사가 경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런던=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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