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가 반한책] 정은아 아나운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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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후 불과 20대 중반을 겨우 넘긴 나이로 대선배인 이상벽씨와 함께 ‘아침마당’(KBS)을 진행하면서 여자 진행자의 영역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침마당’은 온갖 심각한 가정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자리였던 만큼 진행자는 단순히 말만 잘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 이런 인생사를 이해할 수 있는 연륜도 필요했다. 사실 20대의 나이가 감당하기에는 적잖이 부담스러운 프로그램이었던 셈이다. 이때, 그리고 지금도 방송생활이 어렵게 느껴질 때마다 큰 도움을 받는 책이 『희랍인 조르바』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두번이나 거론될만큼 작품성이 뛰어난 현대 그리스 문학의 대표작인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희랍인 조르바』는 내게는 보약이나 마찬가지다. 아직도 2∼3년에 한번씩은 꼭 다시 꺼내서 읽는다. 무엇보다도 주인공 조르바의 자유로운 정신세계가 너무나 매력적이라 읽을 때마다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늘 이성적이고 주위를 의식하는 작중 화자인 ‘나’처럼 나 역시 일탈을 모르는 삶을 살아왔다. 나라는 화자가 자신과는 여러 면에서 상반되는, 직설적이고 감정적인 조르바와 교류하며 영향을 받은 것처럼, 나 역시 조르바의 거침없는 삶을 동경하며 타인의 삶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요즘 이 책은 『그리스인 조르바』로 바뀌어 나온다.

정은아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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