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치료용 ‘박테리아 로봇’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박테리아 로봇 가상도.여러 마리의 박테리아가 약물이 들어 있는 캡슐에 붙어 암세포등 환부로 밀고 가고 있다. 크기는 0.001-0.01㎜.

박테리아는 병을 만드는 등 주로 인체에 해를 준다. 대장균도 박테리아의 일종이며, 장 내에 서식하는 수많은 미생물도 마찬가지다. 그런 박테리아가 로봇 개발에 활용되고 있다.

전남대 로봇연구소 박종오·박석호 교수팀은 내년부터 박테리아 로봇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개발 기간은 2009년부터 2015년까지 6년이며, 교육과학기술부의 파이어니어 기획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박테리아의 독성은 최대한 없애는 한편 혈관을 뚫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작고, 암 세포를 추적해 갈 수 있는 등의 장점만을 활용해 로봇을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로봇 크기 0.001~0.01㎜=박테리아 로봇은 질병 치료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개발하려는 것이다. 내시경으로 갈 수 없는 곳을 갈 수 있고, 암 세포 등 환부에만 미사일 식으로 약물을 집중 투약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일반 항암제의 경우 암 세포 주변의 멀쩡한 세포도 손상을 입히는 등 부작용이 많았다. 박테리아 로봇은 이런 부작용을 없앨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예상하고 있다.

박테리아 로봇은 약물을 실은 초소형 캡슐 부분과 캡슐을 운반하는 박테리아로 나눈다는 게 연구팀의 구상이다. 박테리아들이 캡슐을 밀어 암세포 등 환부로 이동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혈관 등을 뚫고 환부로 갈 수 있게 하려면 박테리아 로봇은 0.001~0.01㎜ 크기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 너무 크면 혈관에 막혀 버린다.


몸 속으로 주입한 박테리아로봇은 환부에 도달하면 약물을 방출한 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분해되도록 한다.

박종오 교수는 “박테리아를 이용한 로봇 개발 경쟁이 세계적으로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으나 초소형전자기술과 박테리아를 융합한 연구 방향은 우리가 처음 시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박테리아 로봇 연구에는 미국의 카네기멜런대·드렉슬대, 캐나다 몬트리올 공대, 이탈리아 성안나고등과학원 등이 뛰어들었다.

◆암 세포만 추적해 가는 특성=전남대 의대 민정준·홍영진 교수팀은 올해 박테리아가 암 세포만을 추적해 간다는 사실을 영상으로 촬영,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박테리아에 초록형광유전자를 집어 넣은 뒤 암 세포 쪽으로 몰려가는지 아닌지를 살펴본 것이다. 연구 결과는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처 프로토콜스에 발표됐다. 박테리아는 거의 모든 암을 추적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연구진은 2001년 박테리아가 암세포 중심으로 파고들어가 증식함으로써 암 세포의 증식을 억제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암이 먹을 영양분을 박테리아가 먹어 치움으로써 암이 잘 자라지 못하게 하는 원리다. 암과의 전쟁에서 박테리아가 한몫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속속 입증되고 있는 것이다.

이 외에 박테리아는 빛을 쫓아가거나 특정 화학물질의 유도를 받아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박테리아는 꼬리에 해당하는 편모나 섬모로 헤엄치듯 움직인다.

◆박테리아 조작과 조종이 열쇠=박테리아는 독성이 있는 게 많다. 또 제멋대로 활동한다. 이 때문에 박테리아 로봇 개발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독성을 극소화시켜야 한다. 독성을 나타내는 부분의 유전자를 바꿔 버리는 유전자 조작 기법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하고 있다.

약물을 싣고 갈 초소형 구조체에 박테리아가 잘 달라붙어 원하는 목표로 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과제다. 박테리아와 캡슐이 따로따로 작동하면 낭패다. 또 형광이 나타나도록 해 생체 외부에서 영상으로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현재 초록형광 유전자를 집어 넣는 것은 비교적 어렵지 않은 것으로 입증됐다.

연구팀에는 서울대·한양대·서강대·KAIST·KIST유럽 등이 참여하고 있다.

박테리아 로봇은 생명공학과 초소형 전자·기계공학, 영상공학 등의 융합 기술의 실험대가 될 전망이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J-HOT]

▶"선교초기 그 병원을 대전에만 세웠어도…" 한국서 100년 구세군의 모든것

▶ "신이 준 선물" 자이툰 부대 벤치마킹 열풍

▶ "마티즈 마저…IMF땐 없어서 못팔았는데"

▶ 신해철 "MB, 박정희 따라하지만 전두환처럼 보여"

▶ 김제동 "이념논쟁 지겹다…교육에 투자해달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