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와현실>다우지수는 感으로 잡는 증시 잣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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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주가지수는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다.다우지수의 오르내림에 따라 투자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세계증시가 출렁거린다.또 다우지수가 1천포인트를 올라설 때마다 세계언론의 큰 뉴스거리가 된다.

다우지수의 정확한 이름은'다우존스 공업주평균(Dow Jones Industrial Average)'이다.그러나 다우지수는'공업주'만으로 구성된 것도 아니고'평균'도 아니다.

다우지수는 1896년 뉴욕증시에 상장된 우량기업주식 30개 종목으로 시작됐다.물론 이때의 우량주는 모두 공업주였다.그러나 산업구조가 변하면서 잘 나가는 기업의 업종도 바뀌게 마련이다.다우지수도 이같은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편입종목

을 여러차례 교체했다.91년에는 오락.레저산업의 붐을 타고 월트 디즈니가 새로 포함됐고,지난 17일에는 휴렛 팩커드(컴퓨터).존슨&존슨(의약).트레블러스그룹(보험.금융).월마트(소매)등 하이테크산업과 서비스업종의 우량기업들이 추가됐

다.이처럼 편입종목이 바뀔 때마다 원래 포함됐던'공업주'들이 다우리스트에서 밀려났다.1백년전 최초의 다우지수 편입종목 가운데 지금까지 남아있는 기업은 제너럴 일렉트릭(GE) 단 하나뿐이다.

지수산출 방식도 변했다.당초 다우지수는 30개 편입종목의 주가를 합쳐 평균을 내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그러나 주식분할이나 무상증자 같은 일이 벌어지면서 단순평균으로는 정확한 주가추이를 보여줄 수 없게 됐다.예컨대 1백% 무상증자를

했다면 기업의 가치는 똑같은데도 주식수만 두배로 늘어난다.이론적으로 주가는 절반이 되고 단순평균으로 다우지수를 내면 그만큼 지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이 때문에 다우지수는 편입종목에 변화가 있을 때마다 이를 조정해왔다.따라서 지금

은 그간의 변화를 반영하느라 아주 복잡한 산식(算式)이 동원된다.

그런데 불과 30개 종목만으로 구성된 다우지수로 어떻게 세계최대인 뉴욕증시의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을까.

다우지수에 편입된 종목수는 전체 뉴욕증시에 상장된 주식의 약1%밖에 안된다.이 점에서 전상장종목을 대상으로 하는 우리나라의 종합주가지수와는 판이하다.

다우지수의 구성종목수는 증시규모가 작은 런던증시의 FT100지수나 도쿄(東京)증시의 닛케이225지수에 비해 적고,같은 뉴욕증시의 S&P500지수에 비하면 17분의1에 불과하다.그러나 다우지수와 S&P500지수의 중장기 추이를 보면

큰 차이가 없다.

이에 대해 다우지수 편입종목을 결정하는 월스트리트 저널지의 존 프레스트보 증권부장은“(편입종목 결정은)과학이라기보다 예술”이라고 말한다.다우지수 편입종목은 월스트리트 저널의 증권부장과 담당국장이 독자적으로 결정하는데 여기에 무슨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라 전적으로 두사람의'감(感)'에 의존한다.

사실 모든 지수가 그렇듯 다우지수가 증시변화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또 지수가 올랐다고 해서 내가 갖고 있는 주식의 주가가 오른다는 보장도 없다.

결국 주가지수라는 것은 하나의 흐름을 보여주는데 불과하다.그런 점에서 간편하게 시장 전체의 움직임을 보여주기에 다우지수만큼'정확한'것도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우지수는 72년 지수 1000 돌파후 15년만인 87년 2000을 넘어선 이래 갈수록 1000포인트 돌파기간이 짧아지고 있다.다우지수는 미국경제의 호황을 등에 업고 96년10월 6000선을 깬지 불과 4개월만인 지난 2월13일

다시 7000벽마저 무너뜨렸다. 〈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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