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일, 금리 인하 도미노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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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이 사실상 ‘제로금리’를 선언하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의 행보도 급해지고 있다.

미국은 다른 나라들도 따라 금리를 낮춰주길 바라는 쪽이다. 미국만 제로금리를 유지할 경우 달러 약세로 외국인의 미국 투자가 감소할 수 있다. 데이비드 매코맥 미 국제담당 재무차관은 16일(현지시간)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국제적인 추가 공조가 필요하다”며 “더 많은 도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추가 협조의 필요성이 더 절실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국가들도 금리 인하에 나서 줄 것을 당부한다는 뜻이다.

당장 금리를 인하할 필요성도 있고 여력도 있는 유럽이 우선 미 FRB와 보조를 맞출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경제 전망은 밝지 않다. AP통신에 따르면 유로권 15개국의 12월 제조업지수(PMI)는 34.5로 사상 최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수가 50 이하면 경기 침체를 의미한다. 이에 따라 유럽중앙은행(ECB)은 내년 1월 통화정책회의에서 현재 2.5%인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 씨티그룹은 유로권의 기준금리가 내년 3월 말 1.5%, 내년 6월 말에는 1%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일본의 기준금리는 이미 ‘충분히’ 낮은 수준(0.3%)이지만 더 낮출 가능성도 있다. 로이터 통신은 “18~19일 열리는 일본은행의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가 추가 인하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일본은행 총재도 16일 의회에 출석해 “경제가 더 나빠졌다”며 “경기 부양을 위한 적절한 조치들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한 것이다. 중국도 추가 금리 인하를 검토 중이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장은 16일 “금리 인하는 물가가 얼마나 빨리 떨어지느냐를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며 “물가가 빨리 떨어지면 금리 인하 압력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올해 안에 중국이 금리를 0.27~0.54%포인트 더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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