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현.이한철 레게.해학등 대중성 가미한 2집음반 나란히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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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90년대 후반 한국록의 차세대 주자로 손꼽히는 두 뮤지션이 나란히 2집을 발표했다.

침체했던 록무대가 모던록의 이름으로 새롭게 깨어나는 요즘 풍부한 음악성으로 무장한 두 언더그라운드 출신 로커의 2집은 각별한 시의적 의미를 띤다.

최근 6인조밴드로 새출발한 윤도현(24)과 94년 대학가요제로 데뷔한 이한철(24).언더시절부터 심각한 록,머릿속의 록 대신 가슴에서 그냥 우러나오는 록을 추구해온 고집스런 뮤지션들이다.

그러나 1집 흥행이 실패하면서 이들의 오버그라운드(제도권)진입은 제동이 걸렸다.즉물적인 댄스음악에 길들여진 우리 청중은 머리 아닌 가슴으로 쏟아내는 록조차도 받아들일 여유가 없었던 탓일까.아니면 이들의 록이 다짐과 무관하게 아직

관념적이었던 탓일까.이들의 2집은 그런 논란을 불식하고,진지하면서도 한편으로 대중에게 다가서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수준작이다.

윤도현밴드의 2집은 우선 박노해의 시를 노래로 옮긴'이 땅에 살기 위하여'가 눈에 띈다.단순.간결한 형식의 운동권 노래로 즐겨 차용돼온 민중시를 서구음악인 록으로 노래하는 것은 상당한 모험이다.윤도현은 힘있는 하드코어랩과 집회장

연호같은 코러스로 그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아마 2집의 색채가 가장 잘 드러난 곡은 자작곡'처음처럼'과'가리지 좀 마'일 것이다.'가리지 좀 마'는 펑키한 리듬과 블루스,시원한 보컬로 대중성이 높은 노래.“좋은 거 다 걸치고 제아무리 뽐을 내어도/벗고나면 다 똑같은 모습일

뿐이야/(중략)가리지 좀 마 영원히 감출 순 없어”같은 구절은 밴드의 맑고 순수한 정신을 잘 드러낸다.이 순수성은“배부르고 부자인 내가/배고프고 가난한 날 만난다/보잘것 없던 그때를 기억하라”(처음처럼)에서 더욱 분명히 다짐된다.

2집은 솔직하고 꾸밈없는 록을 열성적으로 지향하고 있다.

그래서 서정적 면모보다 원초적 내지름이 강하다.그점에서 윤도현은 다양한 내면의 울림을 발굴하는 것이 숙제로 남아있다.

이한철의 2집'되는 건 되는 거야'는 장난스럽고 악동스러운 노래로 젊은 로커가 발산할 수 있는 록의 즐거움을 보여준다.첫곡'안되는 건 안돼'는 김수철을 연상케하는 경쾌한 고음이 귀에 감기는 노래.사이사이 눙치는 듯한 015B스타일

의 변성음도 잘 어울린다.

타이틀곡'아야!'는 펑크식 인트로(도입부)가 신나는 곡으로'가마히 있어봐라 노래 좀 하구로…'란 중간멘트와'골때리네,끝!'이란 종반부가 익살스럽다.이 로커의 악동성은 블랙코미디를 연상시키는 기발한 풍자성 가사와 그 때문에 받는'탄

압'에서 잘 드러난다.

'안되는 건 안돼!'는'꼴찌가 일등하기 어려울걸'이란 구절이 청소년의 사기를 꺾는다는 궁색한 이유로 방송부적격 판정을 받았고“짐승같이 벌어 개같이 쓰는게 살아가는 재미/멍멍멍/무거워 어쩌나 모피에 어울리지 않는 진주/꿀꿀꿀”처럼 탐

욕스런 인간세상을 동물에 비유한 펑크스타일 노래'애니멀'은 아예 기획사측이 방송심의신청을 포기했다.

전체적으로 이한철의 2집은 정통록에서 펑크.레게.뉴웨이브.디스코.독설.해학까지 다양하게 소화된 세련된 잡탕이다.1집(95년)의 고집스러움이 여유로 바뀌어 있고 다재다능함이 대중성을 더해가는 것일까. 〈강찬호 기자〉

<사진설명>

차세대 로커로 주목받는 윤도현과 이한철이 각각 언더그라운드 시절

보여준 신선한 에너지와 음악성을 기성 가요계에 본격적으로 선보이는

2집을 발표했다.1집에 비해 좀더 대중성을 가미한 것이 공통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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