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보내는 교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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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해외교포들의 국내 송금액이 크게 늘었다. 원화 값이 쌀 때 사뒀다 오른 뒤 달러로 바꿔 나가면 환차익을 얻을 수 있겠다는 계산에서다. 예컨대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일 때 1만 달러를 송금해 환전하면 1400만원이 된다. 만일 원-달러 환율이 1000원이 되면 1400만원으로 1만4000달러를 바꿀 수 있다. 원화 가치 상승으로 짭짤한 이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15일 한국은행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해외교포 등이 국내로 송금한 액수는 12억8200만 달러로 전월(6억1200만 달러)의 두 배로 늘었다. 통계를 집계한 1980년 이후 최대다. 한국은행 국제수지팀 이상현 차장은 “원화 가치가 오르면 환차익을 얻을 수 있는 데다 국내 예금금리가 미국이나 일본보다는 높아 해외 자금이 많이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반면 달러 값이 오르면서 해외로 보내는 돈은 줄었다. 10월 해외 송금액은 3억4400만 달러로 전월(5억900만 달러)보다 32% 감소했다. 이에 따라 국내로 들어온 돈에서 해외로 나간 돈을 뺀 ‘송금이전수지’는 지난 10월 9억3800만 달러의 흑자를 냈다. 역시 1980년 이후 최대다. 지금까지 최고 흑자액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12월의 7억9000만 달러였다.

국내 금융회사가 원화를 해외 금융회사에 파는 액수도 부쩍 늘었다. 값이 싸진 원화를 사겠다는 해외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의 원화 수출액은 올 1월 71억원에 그쳤지만 지난달엔 644억원으로 증가했다. 2002년 3월 원화 수출을 시작한 이후 최고액이다. 주요 수출국은 일본과 홍콩이다.

외환은행 금융기관영업부 박억선 차장은 “일본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화를 미리 사두려는 재일교포들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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