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 드 보부아르, 戀書集 '대서양을 넘나든 사랑' 프랑스서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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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소설 '초대받은 여인''제2의 성'등을 통해 전후 프랑스 페미니즘문학의 활로를 개척한 여류작가 시몬 드 보부아르(1908~86.사진)가 여성으로서 진짜 속마음을 털어놓은 연서(戀書)가 최초로 공개됐다.

새봄을 맞아 프랑스의 유수출판사인 갈리마르가 선보인'대서양을 넘나든 사랑(Un amourtransatlantique)'은 그의 연애편지 모음집이다.보부아르가 39세 되던 47년부터 20여년에 걸쳐 자신의 제자이자 애인인 미국인 소

설가 넬슨 알그렌에게 띄운 수백통의 편지를 수록하고 있는데 중년의 고독과 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숨김없이 토로하고 있다.이 편지들은 특히 여성의 본질을 거부하고 여성이 되어가는 실존에 끝까지 반대해온 보부아르의 삶의 궤적과 전혀 일치

하지 않는 내용들을 담고 있어 그녀를 존경하고 아껴온 세계의 독자들을 당혹케 하고 있다.

“22세때 남편 사르트르를 만나 사랑에 빠졌어요.3년 위인 그에게 첫눈에 반했지요.나 자신을 송두리째 바쳤어요.그리고 10년.남편의 열정은 식고 우리는 침대에서 타인이었지요.당신과 시카고에서 마주친 순간 잊혀진 여정이 다시 시작되는

걸 느꼈어요.이제 다시는 내게 오지 않을 줄 알았던 사랑의 모험과 은밀한 유혹의 시선.포기해버린 나에게 당신은 갑자기 다가와 덫을 걸었어요.나는 당신의 포로예요.정말로 나는 다시는 내게 사랑이 오지 않을 줄 알았어요.”

사랑에 눈먼 보부아르는 더 나아가“당신을 위해 시장보고 밥짓고 빨래하는”,그녀가 평소 그토록 경멸해온 평범한 여인의 아기자기한 삶을 동경하고 있다.

보부아르는 쌍방의 자발성이 상실된 공동체로서의 전통가족을 거부하고 철학자 사르트르와 계약결혼을 감행하는가 하면'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주장,생리적 차이를 빌미로 여성을 길들여가는 사회적 실존을 거부했었다

. 〈최성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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