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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와 전세금 인하로 세입자 마음 잡아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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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호 26면

지난달 말 현재 서울지역 아파트 3.3㎡(1평)당 평균 전세가는 599만원으로, 9월(609만원)에 비해 1.64% 내렸다. 기존 세입자 중 전세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잠실5단지. 국민은행은 2년 전 2억1000만원이던 이 단지 119㎡ 규모 아파트의 전세가가 최근 1억8500만원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부동산 혹한기 逆전세난, 이렇게 풀어라

그러나 실제로는 최고 5000만원 정도 떨어진 물건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1, 2단지 재건축 당시 이주금을 받고 5단지에 전세 살던 사람들이 재건축 완공과 함께 썰물처럼 빠져나간 데다 1, 2단지 전세 물량까지 쏟아져 공급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리센츠 공인중개 류병국 대표는 “돌려주지 못한 전세금에 대해 정기예금 금리로 이자를 지급하거나 세입자 마음대로 하라며 버티는 집주인도 등장했다”고 말했다.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역설적으로 투기 지역의 주택을 포함해 여러 채를 보유하거나 대출이 많아 추가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집부자들이다. 처분 역시 쉽지 않다. 시장이 얼어붙어 팔려고 해도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만기 6개월 전 전셋집 내놓아야
내년은 전세 계약이 많은 짝수 해가 아닌 데다 전반적으로 전세가가 하락하는 추세여서 1분기까지는 역전세난 지역이 다소 확대될 수 있다. 그러나 2분기 들어서면 전셋집 구하기가 오히려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지역 내년 신규 입주 물량이 2만~2만9000여 가구로 올해보다 4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강남·서초·송파구의 내년 입주 물량은 3895채로 올해의 13.6%에 불과하다. 부동산뱅크 김용진 이사는 “신규 입주가 많은 수도권 남부지역의 경우 내년 상반기까지는 역전세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러나 서울 강남권이라면 이사철인 봄에는 전세 수요가 몰릴 수 있으므로 이보다 앞서 내년 2월까지 전셋집을 구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운 곳의 집주인은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부동산114 김규정 차장은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전세 물건을 중개업소에 내놓고 세입자를 구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평소 중개업소와 친분을 쌓아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팀장은 “도배나 싱크대 교체 등 인테리어로 세입자를 다독여 재계약을 유도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래도 세입자가 나가겠다면 만기에 맞춰 자금 조달 계획을 세워야 한다. 기존 주택에 담보대출이 없다면 세입자가 이사 갈 때에 맞춰 집주인이 대출을 받아 전세금을 돌려주는 방법이 있다. 은행과 상의하면 세입자가 집을 비우는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사 날짜와 대출 날짜를 맞춰 준다. 물론 저당권 설정비나 이자는 집주인 부담이다. 대출을 받은 집에는 세입자가 잘 나타나지 않으므로 집주인은 전세를 월세로 전환한 뒤 월세로 이자를 갚는 방안을 고려해 볼 만하다.

주인이 무작정 눌러 살라고 할 때 세입자는 집주인 앞으로 ‘내용증명’을 보내 이사 의지를 확실히 하는 게 좋다. 내용증명이란 일정한 의사표시나 통지의 기록을 남기는 우체국의 우편물 특수취급 제도다. 나중에 법적 문제가 불거질 염려가 있다면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또 세입자는 집주인이 반환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지 확인한 후 이사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러나 전세금을 제때 돌려받을 수 있다고 보고 덜컹 새 전셋집을 구한 세입자가 종종 있다. 세입자는 이사를 가야 하고 종전 전셋집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일단 나와야 한다. 집을 비우면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규정한 ‘대항력’이 사라진다. 이런 경우에는 ‘임차권 등기’를 꼭 해야 한다. 임차권 등기를 하면 주민등록을 이전해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의 효력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임대차 계약에 대한 상담이 필요할 때는 국토해양부 및 주공의 전월세지원센터(jeonse.jugong.co.kr, 1577-3399)에서 해법을 안내받을 수 있다.

집 사려면 급급매·대물·경매 물건 활용
거래가 끊기면서 급매물이 중개업소마다 쌓여 있다. 다리품을 팔면 유리한 조건의 급매물을 잡을 수 있다. 매수자 우위 시장이므로 가격을 더 깎을 수도 있다. 먼저 하락한 버블 세븐 지역에서 대출이자를 견디지 못하거나 추가 하락에 대비해 팔려는 사람이 많다.

경매 시장에서는 반값 아파트가 등장했다. 그러나 잘 살펴보면 요즘 시세를 반영하지 않은 감정가를 기준으로 반값인 경우가 많으므로 시세를 꼭 확인해야 한다. 시세는 부동산중개업소를 방문해 살 때와 팔 때의 가격을 모두 확인해 가늠하는 게 좋다. 경매 물건은 시세 대비 최소 10~20% 할인된 가격을 기준으로 입찰해야 한다. 집값이 더 떨어질 수 있고, 세입자 내보내기 등에 예상하지 못한 비용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미분양 아파트 가운데 입지가 괜찮고 2~3년 후 입주 시점에 재평가를 받을 만한 아파트가 있다면 매입을 고려해 볼 만하다. 대물(代物) 부동산을 찾아볼 수도 있다. 자금난을 겪는 건설사가 하청업체에 공사비 대신 넘겨준 아파트다. 하청업체는 이를 현금화하기 위해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할인된 가격에 팔아 달라고 의뢰하는 경우가 있다.

전문가들은 버블 세븐 지역의 경우 내년 상반기 말이나 하반기 초까지는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런 전망을 믿는다면 내년 상반기까지 일단 지켜본 뒤 움직이는 게 낫다. 다만 갈아타기라면 비인기지역의 부동산을 처분해 우량지역의 물건을 구입하는 것을 고려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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