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대표 선임 고민하는 청와대 - 黨대표 경선출마는 불공정 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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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청와대가 이한동(李漢東)고문 기용으로 굳혔던 신한국당대표 인선의 기저를 흔들고 있다.

강인섭(姜仁燮)정무수석은 8일 기자들에게“누구를 대표로 할지 결정되지 않았다”고 흐렸다.대신 신한국당 대선후보 선출의 공정관리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姜수석은“후보 고지를 향한 출발선에서 같이 뛰어야 하며,대표가 경선에 나서면 한발 앞서는 것으로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姜수석은“대표가 되려는 사람은 경선의 공정관리를 위한 대표직에만 충실히 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姜수석은 대표의 자격조건을 “다른 대선주자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킹 메이커”라고 정리한 셈이다.姜수석의 언급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 대한 보고 후에 나온 것이어서 金대통령의 지침으로 받아들여진다.李고문에게 대표지명을 통고했던 것으

로 알려진 金대통령이 대표선정의 원점으로 회귀한 배경은 李고문의 경선포기 거부와 다른 주자들의 반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李고문은 경선포기를 바란 金대통령의 의중을 따르지 않았다.다른 주자들은 李고문의 대표기용이 기정사실화되자 강한 거부감을 보여 金대통령은 관리형 대표를 지명하는 쪽으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가“대표에 어떤 형(型)의 인물을 앉히느냐에 따라 金대통령과 당의 관계가 설정된다”고 말한 것은 金대통령의 입장을 잘 설명해준다.

청와대는 한보사태로 약화된 金대통령의 당에 대한 통제력을 일정수준 회복할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자유경선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관리 조건이라는 것이다.그런 만큼 金대통령의 장악력을 훼손시킬'대표겸 대선주자'는 곤란하

다는 전언이다.

姜수석은“관리형 대표라 해도 총재인 金대통령이 뒤에 있으므로 후보경선과정을 챙기는데 문제없다”고 했다.결국 金대통령이 대표의 역할 한계를 설정해 놓았다는 얘기가 된다.

또한 경선과정에서의 불공정 게임을 이유로 한 일부후보의 이탈을 막기 위해선 경선출마자와 대표를 분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게 청와대의 판단이다.이렇게 되면 후보선출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도 얻을 것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姜수석은“대선주자들을 이탈없이 12월 본선까지 끌고가려는게 金대통령의 의지”라고 말했다.

'이한동대표 카드'의 혼선은 이같은 金대통령의 복합적인 고민과 계산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이라도 이한동고문이 경선에 나서지 않기로 작정한다면'이한동 카드'가 살아날지,아니면 이수성(李壽成)고문등 다른 인사를 놓고 대표지명을 저울질할지 金대통령의 막바지 고심 결과가 주목된다.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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