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직제조정.간부인사에 담긴 뜻 - 물의 빚은 운영차장職 없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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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근 단행된 안기부 직제조정및 핵심간부들에 대한 인사는 그동안 누적된'잡음'을 일소하려는 새 출발의 몸짓으로 비춰지고 있다.

현정부가 들어선 후 안기부의 위상은 굴곡을 겪어왔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 취임후 상당기간 안기부는 거의'찬밥'신세였다.안기부에 대한 金대통령의 인식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안기부 실.국장이 물러난 대신 金대통령의 선거지원팀 일부가 고위직을 차지했는가 하면 진보적 성향의 외교안보팀 인사들의 발언권이 강화됐다.자연 정통파 안기부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지고 전체 위상도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안기부가 이번에 직제를 고치고 인사를 정상화한 것은 그동안의 안기부 파행운영에 대한 대외적 물의와 대내적 적폐를 시정하고 긴박한 북한사정에 대응하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우선 직제개편은 물의를 빚었던 김기섭(金己燮)씨가 차지했던 운영차장직을 없애고 대신 대북관계를 맡는 3차장제를 신설함으로써 대북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운영차장직을 폐지하는 대신 격이 한단계 낮은 원래의 기조실장직을 부활해 지원부서 역할만 하도록 한정시켰다.

정치색이 짙은 金씨의 경우 인사와 예산까지 쥔 직책에 직급까지 높아 막강한 힘을 왜곡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문제점이 이번에 개선된 것이다.

다음으로 인사에서 서열을 중시한 내부승진을 대거 실시함으로써 조직의 안정성을 되찾았다는 평가다.

지금까지는 차관급(1,2,운영차장과 1,2,3특보) 6명중 5명이 외부출신이었다.안기부 같은 특수 정보기관에 비전문가인 외부인사가 상층부를 거의 메운 것은 정보기관이기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내외부에서 끊임없이 제기됐던

문제였다.

이번 인사를 통해 차관급 6명중 정통파가 3명을 차지,안기부 고유의 전문성을 살리는 길을 텄다는 평가다.

또 문민정부 출범후 특정인이 몇단계 뛰어넘는 고속승진을 함으로써 내부 위화감 조성등 부작용과 불만을 야기시켰다는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그러나 이번에 모두 안기부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정보전문가들인 이청신(李淸臣)3실장과 남영식(南永植)8실장을 1,3특보로 승진시키고 엄익준(嚴翼駿)특보를 3차장에 기용하는등 서열대로 내부 승진을 시켜 조직의 안정성을 되찾게 됐다는

것이 안기부 내부의 중평이다. 〈안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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