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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잡은 유흥주점 가짜 양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지난해 12월 8일 0시30분 경기도 수원시 인계동 D주점 앞. 호객꾼 박모(25)씨가 전모(34)씨의 팔을 잡아 끌었다. 박씨는 “싼 가격에 양주를 마시고 아가씨와 같이 놀 수 있다”며 전씨를 꾀었다. 연말 모임에서 술을 한 잔 걸쳤던 전씨는 박씨의 말을 듣고 D주점에 들어갔다. 전씨가 주점에 들어서자 종업원 김모(23·여)씨가 가짜 양주를 섞은 폭탄주를 권했다. 이미 술에 취했던 전씨는 폭탄주를 들이켰다. 전씨가 정신을 잃자 종업원이 전씨의 지갑에서 카드를 빼앗아 현금 140만원을 인출했다. 행동대원 최모(30)씨가 이미 짜인 각본대로 전씨를 인근 모텔로 안내했다. 만취 상태에서 괴로워하던 전씨는 모텔방에서 급성알코올중독증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해 8월 23일 오후 11시30분쯤 수원시 T주점에서 술을 마셨던 또 다른 전모(25)씨도 인근 모텔에서 숨졌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12일 가짜 양주를 마시게 하고 돈을 빼앗은 뒤 모텔에 방치해 숨지게 혐의(강도치사 등)로 유흥주점 업주 최모(34)씨와 종업원 박모(25)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또 같은 혐의로 모텔 업주 이모(51·여)씨 등 2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 결과 최씨 등은 호객꾼을 동원해 취객들을 술집으로 유인한 뒤 비싼 양주병에 싸구려 양주를 넣는 수법으로 바가지를 씌운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또 정신을 차린 뒤 비싼 술값에 항의하는 손님들을 협박하기 위해 모텔로 데려가 윤락녀와 성관계를 맺도록 했다.

경찰에 파악된 피해자는 현재까지 7명. 피해액은 2000만원가량이다. 경찰 관계자는 “술에 취해 가게를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이 2005년부터 영업해 왔기 때문에 피해액은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달아난 폭력조직 조직원 2명 등 10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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