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2분49초 … 김연아 ‘죽음의 무도’에 세상도 숨 죽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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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18·군포 수리고)가 2008~2009 SBS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를 제치고 선두로 나섰다. 김연아는 12일 오후 경기도 고양 어울림누리 빙상장에서 치러진 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65.94점(기술점수 35.50, 예술점수 30.44점)을 받아 아사다 마오(65.38점)를 0.56점 차로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또 일본의 나카노 유카리(23·일본)는 62.08점으로 3위에 올랐다. 김연아는 13일 오후 8시5분부터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통해 대회 3연패에 도전한다.


◆ 첫 번째 점프 선 시즌 최고 가산점=검정색 의상을 입고 맨 마지막 순서에 등장한 김연아는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를 보기 위해 모인 수많은 국내 팬들은 링크가 떠나갈 듯한 박수와 환호로 격려했다. 성원에 보답이라도 하듯 김연아는 강렬한 눈빛과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좌중을 휘어잡았다.

그러나 모처럼의 국내 무대가 부담스러웠을까. 경기 초반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 루프 점프를 완벽하게 소화한 김연아는 그동안 실수가 거의 없었던 트리플 러츠를 싱글(1회전) 처리하는 실수를 했다. 트리플 러츠는 기본 점수가 6.0점이지만 실수 탓에 0.3점밖에 받지 못했다. 하지만 다음 연기부터는 차분함을 되찾았다. 더블 악셀을 완벽하게 뛴 그는 스텝과 스핀 연기도 훌륭하게 마무리해 관중의 우레와 같은 박수 갈채를 받았다.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 루프 점프는 2.0점의 시즌 최고 가산점을, 더블 악셀에서는 1.2점의 가산점을 받았으며 스핀 연기는 모두 레벨4를 받아내 ‘여왕’의 진가를 보였다. 김연아는 연기가 끝난 뒤 “나도 모르게 긴장한 것 같다. 러츠 점프에서 실수해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핀과 스파이럴 연기에서 만회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사다 마오, 무난한 연기=트리플 플립-트리플 루프 연결점프로 연기를 시작한 아사다 역시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펼쳤지만 점수는 생각보다 낮았다. 첫 점프에서 다운그레이드(회전수 부족) 평가를 받은 까닭이다. 그랑프리 6차 대회 ‘NHK 트로피’에서 세웠던 자신의 시즌 최고 점수(64.64)보다는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김연아에게는 미치지 못했다. 점수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타티아나 타라소바 코치(러시아)와 얼싸안고 좋아하던 아사다는 점수가 발표되자 표정이 굳었다. 그는 “오늘 점수에 만족한다. 내일 프리스케이팅에서 더 좋은 연기를 보여 좋은 점수를 받겠다 ”고 말했다.

1, 2위 간 점수차가 0.56점에 불과해 13일 오후 8시에 열리는 프리프로그램에서는 두 라이벌의 불꽃 튀는 경쟁이 예상된다. 김연아는 파이널 3연패를 확정짓기 위해 트리플 루프를, 아사다는 그랑프리 첫 우승을 위해 트리플 악셀-더블 토 루프 점프를 시도하는 등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온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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