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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몰려오는 먹구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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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8강전>
○·이창호 9단 ●·이세돌 9단 

제4보(44~49)=포위당하면 기분이 나빠진다. 더구나 ‘힘있는 부대’라고 믿었던 좌변 백이 흑의 척후병 정도에게 포위를 당했으니 사태가 잘못 돌아가고 있는 게 분명하다. 이창호 9단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길을 잘못 든 느낌, 먹구름이 몰려들고 있다는 느낌….

‘참고도1’처럼 나가 끊어 쓴맛을 보여줄 수 있다면 포위가 아플 이유는 하나도 없다. 그러나 잘 안 된다. 8의 한방에 백은 수가 푹 줄어들고 10으로 나가면 기껏해야 빅. 백이 외려 위험한 수상전이다. 그렇다면 ‘참고도2’처럼 7로 한 수 줄이는 것은 어떨까. 박영훈 9단은 8의 한 방이 너무 아파 “잡아도 본전이 안 된다”고 한다. 이창호 9단은 고통스럽지만 44로 인내했고, 흑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45로 보강한다. 48까지 살아 전투는 일단락. 그러나 선수를 잡은 흑이 49의 요소를 두드리자 전국적으로 백의 실패가 확연해진다.

49는 자신감에 찬 수다. 판을 살피면 상변도 크지만 하변은 더 크다. 상변은 백△들의 머리가 강력해서 집 되기 어렵지만 하변은 흑이 두면 그래도 집이다. 따라서 상대가 손 빼고 A로 달려갈까 봐 겁나는 장면. 그러나 이세돌 9단은 49가 선수라고 믿고 있다. 이 형태는 B로 달리면 C로 받아 그만이고, D로 들여다보면 E로 이으면 되는데 무슨 큰 수가 있을까.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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