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고통분담으로 물가 악순환 끊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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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노동계의 파업은 조금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하루가 다르게 올라만 가는 물가와 그에 따른 가계부담,결국 생활의 질과 연관돼 있는것 같다.

전세계 어느 도시 못지않게 비싼 음식값.의류비.건물임대료.공장부지 분양가는 우리 생활의 질과 직결돼 있다.건물임대료가 오르면 거기에 수반돼 생활 비용이 올라가고,고속도로 톨게이트 비용이 올라가면 물류비가 저절로 올라간다.마찬가지로

임금인상은 바로 물가를 오르게 하고 그만큼의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솔선수범해야 할 정부도 가격을 올리는데 뒤지지 않는다.주차료 2배 인상,여의도 장기주차료 3배 인상,대중교통요금도 20~30% 인상은 보통이고 각종 과태료까지 3배나 인상했다.

다른 예를 들면 음식점들이 탈세를 하다 세무 당국에 적발됐을 때 업주는 금액 일부를 추징당한다.그런데 그 금액만큼 음식값을 올리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식당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물 수밖에 없다.

얼마 전 미국에서 본 한 TV프로그램의 내용이 생각난다.평범한 아주머니가 차를 고치러 나갔다가 엄청난 바가지를 뒤집어 쓰고 한탄을 하며 자기 사무실로 돌아왔다.그녀는 의사였는데 그날 자기가 밖에서 바가지 쓴 금액 모두를 계산하더니

그대로 진료비에 포함시켜 받아냈다.바로 이러한 악순환을 우리가 겪고 있는게 아닐까.

우리 나라의 경우 10년 전에 비해 공산품값이 최고 10배 넘게 오른 반면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우리와는 달리 거의 가격이 오르지 않았다고 한다.물가가 오르지 않다보니 임금이 오르지 않아도 큰 불만이 없다는 것이다.

수박 한 덩이가 미국돈으로 20달러인 우리 나라.미국에서는 겨우 3달러면 살 수 있는데도 말이다.청바지도 미국보다 2배나 비싸다.국산품 가격이 너무 높다보니 외국제품은 비슷하게만 가격을 책정해도 2배 넘게 이익이 남는 실정이라고

한다.

실질임금이 적정수준에서 멈추어야만 국내 제품도 지금의 세일가 수준으로 내려갈 수 있고,외국제품 값도 따라 내려가 물가가 조정될 수 있을 것이다.이렇게 되면 임금이 굳이 오를 필요가 없게 되고,근로자들의 삶의 질에 대한 불만도 줄어

들 것이다.

온나라가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가 앞장 서 각종 공과금이나 수수료,심지어 벌과금까지 인하해야 할것이다.오르는데만 익숙한 우리지만 이제부터라도 스스로 모든 값을 한번 내려보자.그래야만 국

가경쟁력도 커지고 실속없이 오르기만 하는 악순환의 고리도 끊을 수 있지 않을까. 김수문〈삼성물산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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