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양도세, 시장 위축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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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일부가 11일 정부의 미술품 양도세 과세 방안에 대해 “문화 예술적 가치를 경제 논리로 측정하는 미술품 양도소득세 부과에 반대한다”라는 성명을 냈다. 원로 작가들로 구성된 예술원 미술분과 22명 중 민경갑·윤명로·이종상·최종태 씨 등 16명이다.

지난달 7∼8일 정부의 미술품 양도세 과세안에 반발해 한국화랑협회 소속 140여개 화랑이 집단 휴업했다. 당시 문을 닫아 건 인사동의 한 화랑. 미술계는 범미술인 대책위를 구성해 과세안에 대응키로 했다. [화랑협회 제공]


이와 함께 한국화랑협회는 이날 한국미술협회·전업미술가협회·한국미술평론가협회·한국판화사진진흥협회·민족미술인협회·인사동전통문화보존회 및 원로작가들과 함께 ‘미술품 양도소득세 부과 저지를 위한 범미술인 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정부의 과세 방안에 대해 조직적으로 대응키로 했다.

개인의 미술품 양도가액에 대한 과세안에 여야가 5일 합의함에 따라 과세를 반대해 온 미술계는 부랴부랴 의견을 결집하고 있다.

◆“소득있는 곳에 과세 있다”=지난 5일 국회 기획재정위를 통과한 미술품 양도세 과세안의 골자는 “6000만원 이상 미술품 거래에 대해 2011년부터 양도세 부과, 다만 국내 생존작가 작품은 제외”다. 화랑이나 법인, 작가와 달리 개인은 그간 미술품 거래시 세금을 내지 않았다. 미술품 양도세는 1990년 처음 법제화됐으나 시기상조라는 여론에 밀려 다섯 차례 유예 끝에 2003년 완전 폐기된 바 있다. 그러다가 지난해 미술시장의 반짝 활황을 타고 “소득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원칙이 다시금 고개를 들었다.

국회는 당초 정부안인 “4000만원 이상 미술품에 대해 2010년부터 양도세 부과”에서 한발 양보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번 세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2011년부터 효력을 갖는다. 기획재정위원회 관계자는 “실질적인 과세 대상은 지난해 경매 거래를 기준으로 5%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며 “미술품 평가시장 활성화, 경매시장 확립, 화랑 거래의 투명화 등 미술계에도 이점이 많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술품 과세는 시기상조”=그러나 미술계에서는 거래 실명화로 인한 미술시장 위축 등을 우려하고 있다. 화랑협회 정종효 사무국장은 “거래 액수가 문제가 아니다. 모든 작가는 ‘작고작가’가 될 수 있으며, 모든 미술품은 잠재적 과세 대상으로 거래시 전부 신고해야 한다는 건데 가격평가와 신고 기반 구축도 없이 과세 안부터 도입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김선정 교수는 "선진국에는 있는데 우리는 없다며 급히 도입하는게 능사는 아니다. 세금이 없다는 이점을 살려 아시아 미술시장의 허브가 된 홍콩의 사례도 문화진흥정책에 참고할 만하다”고 제안했다.

미술시장 연구소장인 강남대 서진수(경제학) 교수는 “반짝 경기를 탄 지난해 미술시장 규모가 4000억 원대로 크지 않은데 과세를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정부는 과세 효과와 도입 시점, 과세를 통한 실익을 좀더 면밀히 검토해야 하며, 미술계는 시장의 투명화와 공정거래를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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