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생명과학의 선과 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자연과학은 도덕이나 윤리에 중립적이다.그러나 그 연구결과는 인간사회의 안정과 질서를 송두리째 혼란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핵무기제조 성공에서 인간은 이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이번에 스코틀랜드에서 성공한 양(羊)의 클로닝(인공 無性

번식)도 과학이 가져다 준 도덕적 공포(恐怖)의 전형적인 예다.

식물의 조직배양 번식정도의 클로닝은 과수와 원예농업에 오랫동안 유익하게 이용돼 왔다.동물에 있어서도 수정 직후의 배(胚)로부터 적출한 세포를 별개의 미수정란에 이식하는 방법은 이미 확립돼 있고 우수한 소를 번식하는데 현재 널리 사

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스코틀랜드의 로린스연구소가 성공한대로 다 자란 양의 세포를 잘라내 꺾꽂이식으로 무성번식시킴으로써 유전적으로는 본래의 양과 완전히 동일한 다른 양을 복제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은 여태까지의 생명공학발전에서 경악할만한 새 장

을 열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인간도 이와같은 방법으로 클로닝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결론은 금방 나온다.현재의 인간사회는 인간의 탄생.생애.죽음에 관련된 숭고함과 외경(畏敬)스러움이 만들어내는 인간끼리의 사랑과 인권존중을 근거로 성립돼 있다.만일 인간이 부모 사

이에서 태어나지 않고 실험실이나 공장에서 무성번식으로 '제조'되는 일이 벌어진다면 인간사회를 받치고 있는 모든 개념은 일시에 무너져내릴 수 있을 것이다.

로마교황은 이런 위험을 직시하고 즉시 이런 실험이 인간에 적용되는 것을 막으라고 각국에 경고했다.미국 클린턴 대통령은 이 기술의 악용을 방지하는 대책을 세울 것을 지시하고,이러한 연구에 정부자금지원을 중지한다고 발표했다.그러나 과

학자들은 이 연구가 인간을 클로닝한다기 보다 인간의 유전적 질병 등을 연구하는데 주된 목적이 있다고 맞서고 있다.

우리가 주시해야 할 점은 여태까지는 자연과학의 발전을 어떤 제동으로도 멈추게 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그렇다면 지금은 인류의 모든 정신적 역량을 동원해 이런 생명과학의 선과 악,그리고 그 대책을 논의해야 할 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